상처투성 박태환, 명예회복보다 중요한 한 가지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8.08 07:37  수정 2016.08.09 05:13

400m 이어 200m에서도 예선 탈락 '충격'

남은 종목에서 최선 다하는 모습 보여야

박태환은 남은 종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 연합뉴스

명예회복을 그토록 바랐던 ‘마린보이’ 박태환의 꿈이 물거품 되고 말았다.

박태환은 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예선 6조에서 1분48초06으로 조 최하위에 그쳐 예선 탈락했다.

이로써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 참가한 47명의 참가선수 중 29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로 상위 16명이 겨루는 준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하루 전 열린 자유형 400m 예선 탈락에 이은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소속이다. 박태환은 앞선 올림픽에서 400m 금1-은1, 200m 은2 획득으로 한국 수영 역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러나 4년 뒤 메달은커녕 결선에 조차 오르지 못하는 몸 상태가 되고 말았다.

사실 27세의 박태환은 수영 선수로는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다. 폭발적인 힘과 지구력을 요하는 수영 종목은 대체로 선수 생명이 길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어느덧 30대 나이가 된 미국의 수영 전설 마이클 펠프스(올림픽 최다 메달)가 은퇴를 번복하고 이번 대회에 또 나오지만, 극히 예외의 경우에 해당한다.

박태환의 노쇠화는 이미 4년 전인 2012 런던 올림픽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즈음 개인 최고 기록 경신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와 동시에 중국의 신예 쑨양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것을 지켜 봐야했다. 박태환 역시 내로하는 노장 선수들을 제치고 올라선 경험이 있었기에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래도 박태환은 타고 난 천재였다. 런던 올림픽에서 역영을 펼치며 은메달 2개를 수확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2년 뒤, 인천에서 열린 2014 아시안게임 이후 국민 영웅이었던 박태환의 위상은 추락하고 만다.

큰 충격을 안겼던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이었다. 이에 대해 선수 본인은 투여 혐의에 대해 전혀 몰랐고, 법정 공방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래도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징계는 피할 수 없었다. 가뜩이나 적지 않은 나이에 18개월간의 공백은 그야말로 치명적이었다.

변변한 훈련장 하나 구하지 못했던 박태환은 징계가 해제된 뒤 첫 참가한 지난 동아수영대회에서 전 종목 우승을 차지하며 변치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는 수영불모지인 국내에서나 통했다. 박태환의 시즌 최고 기록은 올림픽 메달권과는 다소 큰 차이를 보였다.

신체능력이 떨어진 것보다 속상했던 부분은 바로 심리적인 압박이었다. FINA로부터 징계가 해제됐지만 대한체육회는 반도핑 규정을 앞세워 박태환의 국가대표 발탁을 불허했다. 이중처벌이라는 논란이 불거졌고, 올림픽 개막을 고작 한 달 앞두고서야 대표팀 승선이 확정됐다. 이 기간 제대로 훈련이 될 리 만무했다.

리우에 입성한 뒤에도 가시밭길은 여전했다. 박태환은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토드 던컨 코치와 윤진성 컨디셔닝 트레이너(물리치료), 김동옥 웨이트 트레이너 등 3명의 전담팀을 꾸렸는데 이들 중 던컨 코치에게만 AD카드가 발급됐다. 이로 인해 훈련을 마친 뒤 부랴부랴 매트를 깔고 급히 마사지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차갑게 식은 국내 여론도 박태환을 힘들게 한 부분이다. 아시안게임이 열린 2년 전만 해도 박태환은 대표팀의 얼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약물 파동 이후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현저히 줄어든 게 사실이다.

결국 박태환은 이번 리우 올림픽을 통해 추락한 자신의 위상을 제고하려 했지만 이미 지쳐버린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못했다. 선수 본인과 그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아쉬운 결과이지만 아직 박태환의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박태환은 이번 올림픽에서 자유형 100m와 1500m 출전을 남겨두고 있다. 주종목에서 예선탈락이라는 믿기 힘든 결과를 얻어 남은 종목 역시 메달 획득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올림픽 정신에 입각한 ‘도전 정신’으로 끝까지 물살을 가른다면, 노익장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더욱 많아질 수 있다. 그게 앞으로 박태환이 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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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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