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9번째 황금장갑 ‘노장의 기준을 바꾸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4.12.10 14:29  수정 2014.12.10 14:33

일본진출로 인한 8년 공백에도 경이로운 업적

수많은 위기 극복하며 매년 한계 뛰어넘어

통산 9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이승엽. ⓒ 삼성 라이온즈

'라이언 킹' 이승엽(38·삼성 라이온즈)이 한국야구사에 또 하나의 위대한 업적을 추가했다.

이승엽은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황금장갑을 거머쥐었다.

이승엽은 지명타자 부문에서 총 유효투표 321표 중 무려 301표를 휩쓸어 93.8%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경쟁자인 홍성흔(12표·두산 베어스)과 나지완(8표·KIA 타이거즈)을 여유 있게 제쳤다. 유격수 부문 수상자인 강정호(305표·9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표였다.

생애 9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이승엽은 한대화, 양준혁을 뛰어넘어 프로야구 역대 최다 골든글러브 수상 기록도 달성했다. 이승엽이 최전성기였던 8년간 일본 진출로 자리를 비웠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경이로운 업적이다.

이승엽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 연속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일본 무대에서 복귀한 2012년에 이어 올해까지 지명타자로 다시 2개의 골든글러브를 추가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 활약은 골든글러브 수상에 부족함이 없다. 127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3(506타수 156안타), 32홈런 101타점의 호성적으로 홈런 4위, 타점 5위, 최다안타 공동 6위에 오르며 고른 성적을 올렸다.

역대 최고령 '3할-30홈런-100타점' 기록도 세웠다. 노쇠화 우려를 자아냈던 지난해의 부진을 깔끔하게 지워내는 활약인 동시에 삼성의 통합 4연패에 중추적인 역할을 달성했다. 그야말로 세월의 흐름을 거스른 활약이었다고 할만하다.

더구나 이승엽의 전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국프로야구 무대에서 개인통산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인 이승엽은 올 시즌 대기록을 390개까지 늘렸다. 일본에서 기록한 159홈런까지 포함해 한일 개인통산 549홈런도 당분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다.

이승엽은 프로야구 데뷔 후 올해로 정확히 20년째다. 비슷한 세대의 선수들은 대부분 은퇴하거나 현역으로 남았지만,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이승엽은 비록 최전성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팀의 중심이자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타자로 건재하다. 세월의 흐름에 역행하는 이승엽의 존재감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승엽은 올해 골든글러브 수상 이후 평소답지 않게 다소 긴장한 모습을 내비쳤다. 현역 시절 MVP를 비롯한 수많은 상을 받았던 이승엽에게 이번 골든글러브가 남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화려해 보이던 선수생활 이면에 누구보다 많은 부침과 위기를 극복해야 했던 이승엽이기에 선수생활의 후반부로 갈수록 매순간이 더 절박했고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골든글러브는 이승엽이 녹슬지 않았다는 증명이자, 어느 때보다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였던 과정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선수는 수없이 많다. 매순간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꾸준히 정상권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이승엽의 도전은 그런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나이는 결코 도전에 장애가 될 수 없음을 이승엽이 증명하고 있다.

이승엽 같은 선배가 있기에 후배들에게는 하나의 역할모델이자 따라잡아야 할 목표의식이 된다. 이승엽은 지금 한국야구에서 노장에 대한 기준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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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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