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결정은 피에가 구단의 재계약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데 대한 괘씸죄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가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29)와 결별했다.
한화는 그동안 피에와 재계약을 염두에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지난 8일 최종적으로 결렬을 선언했다. 피에가 요구하는 연봉과 다년계약 등의 조건은 한화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피에를 떠나보낸 한화는 새로운 외국인 야수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피에는 한화서 활약한 지난 1년 동안 가장 주목받은 외국인선수 중 한 명이다. 119경기 타율 0.326 145안타 17홈런 92타점의 공격력은 물론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무엇보다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튀는 행보였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개성이 강해 숱한 화제를 뿌리고 다녔다.
시즌 초반인 4월 중견수 수비 도중 자리를 이탈해 마운드에 있는 투수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거나 시범경기에서 심판과 상대 포수의 몸을 방망이로 툭툭 건드리는 돌발행동으로 '4차원'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다혈질적 성격으로 충돌을 빚기도 했다. 5월에는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들 앞에서 방망이를 내던졌다가 퇴장 명령을 받았다. 6월에는 중견수 수비 도중 초반부터 대량실점하며 패색이 짙어지자 그라운드에서 글러브를 내팽겨 치며 불만을 표했다. 수비에서 실수를 범하고 덕아웃에 들어와서는 강석천 수비코치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의외의 친근한 면모도 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년팬의 집을 직접 방문해 장학금을 전하는 선행을 했고, 감사의 편지에 본인이 더 감동해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며 코칭스태프에게 거수경례를 하거나 경기 전 감독석에 몰래 앉아 동료들 앞에서 김응룡 감독을 흉내 내는 동작으로 의외의 개그를 선보이기도 했다. 자존심세고 오만한 외국인 선수의 이면에 따뜻한 가슴과 팬서비스 정신도 품고 있던 피에의 다채로운 모습이었다.
한화는 원래 피에와의 재계약에 무게를 뒀다. 김성근 신임감독도 피에의 기량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번 겨울 많은 돈을 투자한 한화는 피에가 원하는 조건을 맞춰줄수 없었다. 합리적인 협상을 추구하는 한화의 달라진 분위기도 '그 가격이면 피에보다 더 나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까지는 이성적인 판단이다.
아쉬운 점은 피에를 임의탈퇴로 묶었다는 점이다. 이로써 피에는 향후 2년 동안 한화 구단의 동의없이 국내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라도 피에가 일부러 높은 몸값을 불러서 한화와의 협상을 깬 다음, 국내 다른 구단으로 가는 꼼수를 방지하는 차원이긴 하지만 쿨하지 못하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LG와 재계약에 실패한 스나이더는 넥센으로 향했고, 넥센 역시 헨리 소사를 자유롭게 풀어줬다.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줄어드는 NC 역시 재계약이 불발된 선수를 임의탈퇴로 묶지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화는 분명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다. 하지만 국내 FA 선수들이 받는 과도한 대우에 비해 외국인 선수들이 더 좋은 조건을 따내려고 하는 것을 욕심이라고 한다면 이중잣대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쿨하지 못한 이별은 자못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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