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난 안때렸어요" 김현 "우린 몰라요" 새정연, '후안무치'


입력 2014.09.18 11:28 수정 2014.09.18 11:32        이슬기 기자

<기자수첩>김현 "폭행 현장 제대로 못 봐" 발뺌에 새정치연합은 논평 한 줄 없어

김현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 17일 세월호 유가족과 술을 마신 후 폭행 사건에 휩싸였지만 '자신은 폭행 현장조차 제대로 못 봤다'며 발을 뺐다. 이날 새정치연합 역시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현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 17일 세월호 유가족과 술을 마신 후 폭행 사건에 휩싸였지만 '자신은 폭행 현장조차 제대로 못 봤다'며 발을 뺐다. 이날 새정치연합 역시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17일 만취 후 대리운전기사와 행인 2명을 폭행한 사건으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지도부 총사퇴를 결정하는 등 여론의 분노가 들끓는 가운데, 유독 조용한 두 곳이 있다. 유가족과 함께 술을 마시고 대리기사를 무시한 김현 의원 측 그리고 소속 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앞서 이날 새벽 0시 40분경 김 의원은 김병권 가족대책위원장과 김형기 수석부위원장 등 세월호 유가족 5명과 술을 마신 후, 여의도 KBS 별관 앞에서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의원이 가족들의 고통을 위로하려는 술자리였다’는 게 유가족 측의 설명이다.

당시 기사가 도착했지만, 이들은 유가족의 목적지인 안산을 가느냐 못 가느냐 등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30분 이상을 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사가 “운전을 못 하겠다. 다른 콜(손님)을 받으러 가겠다”고 말하자 김 의원은 “의원에게 공손치 못하다”고 목청을 높이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항의하던 대리기사는 결국 유가족에게 멱살을 잡힌 후 폭행을 당했다.

현장을 목격한 행인 2명이 제지에 나섰지만, 유가족은 행인들에게까지 주먹을 휘둘렀다. 경찰조사에 임했던 행인에 따르면, 김 의원은 대리기사를 향해 “거기 안 서?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국회의원”이야 라며 의원 신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고 시민들까지 몰려오자 ‘금배지’의 당당함은 금세 사라졌다. 폭행 사실을 질책 받은 김 의원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나 안 때렸어요”라며 발을 뺐다. 국회의원 권위를 내세우며 시민을 몰아세우더니, 폭행 현장을 말리기는커녕 책임을 묻는 순간에는 ‘난 책임 없다’며 유가족의 등만 떠미는 비겁함을 보인 것이다.

누가 먼저 술자리를 제안했느냐 여부를 두고서도 양 측의 말이 엇갈렸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유가족들이 상심해 있을 것 같다며 김현 의원이 저녁식사를 함께하자 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의원은 “유가족들로부터 먼저 연락이 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고 주장했다.

그 뿐이 아니다. 김 의원은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가족 한 명과 (폭행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라 싸움이 벌어진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까지 말했다.

정황상 김 의원이 특권을 남용하는 발언을 했다가 시비가 붙어 몸싸움으로 이어졌음에도, 자신은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을 뿐더러 폭행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논리로 ‘이중 보호막’을 친 셈이다. 그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다.

더 비겁한 것은 김 의원의 소속 당인 새정치연합의 태도다.

이날 새정치연합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긴 사과는 고사하고, 유가족 측처럼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서면 논평 한 줄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 이후 6.4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 그리고 9월 정기국회에 이르기까지 세월호 문제를 계속해서 끌어 왔다. 선거 때는 정권심판용으로 내세웠고, 회기를 전후해선 “세월호특별법 처리 없이는 민생법안 처리도 없다”며 일부 유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계처리까지 강행했다.

하지만 그간 김 의원과 함께 특별법 촉구 농성현장을 찾았던 의원들도, 세월호 유가족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수차례 카메라 앞에 섰던 의원들 중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다못해 개인 SNS를 통해 유감 한마디를 표시한 의원조차 없었다.

새정치연합이 ‘0순위’로 치켜세우던 세월호 유가족들과 자당 의원이 진흙구덩이에 몸을 내던졌지만, 책임을 외치는 공당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