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시급한데 LH 개혁안·공급대책 줄줄이 지연
수급불균형 해소 차질 불가피…정책 신뢰도만 저하
단기간 해결할 문제 아닌데 시장 불안 잠재우려다 ‘자충수’
ⓒ연합뉴스
서울 집값 상승세를 잠재우고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단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의 공급 대책을 중점적으로 수행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안에 이어 당초 연내 발표 예정이던 추가 공급대책 역시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1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말 공개할 것으로 예고됐던 LH 개혁안을 비롯해 9·7 공급대책 후속으로 준비 중인 추가 공급대책 역시 내년 초에나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LH 개혁방안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한다”며 “LH 개혁위원회 출범 시에는 연내 발표를 목표로 했으나 워낙 LH 업무 범위가 방대하다 보니 논의하는 데 시일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LH 개혁위는 LH 사업 방식 개편, 기능 및 역할 재정립, 재무건전성 확보, 책임 경영 체계 확립 등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개혁위 출범 이후 4개월의 운영 기간을 거쳐 제도 개선 및 법령 정비 등 실행 가능한 LH 개혁안을 내놓기로 한 바 있다.
공공을 중심으로 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내세우는 탓에 정부 정책 대부분은 LH의 역할 재정립이 이뤄지고 나서야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다. 내년 상반기에나 LH 개혁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 공급대책 발표 역시 미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전날인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추가 공급대책 발표 시점과 관련해 “공급 문제는 신뢰성이 중요해 좀 늦출 생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시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대비 약 25% 줄어든 21만387가구 규모로 추산된다. 특히 서울은 2만9161가구로 올해보다 31.6%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수급 불균형 문제가 점점 심화하면서 집값도 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일주일 전 대비 0.18% 오르며 4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 공급 확대는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에 국토부도 연일 ‘속도감 있는 주택공급 확대’ 메시지를 내고 있다.
하지만 LH 개혁안도, 공급 대책도 모두 예고한 것보다 발표 시점이 미뤄지게 되면서 오히려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외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단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이미 여러 번 연내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정책이 제때 발표되지 않고 실행되지 않으면 국민은 또 다시 실망하고 차후 발표되는 정책의 신뢰도에도 금이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LH 구조 개혁은 아파트 공급과 주거 복지 등으로 나눠야 하는데 시스템을 바꿔야 할 부분이지 단순히 조직을 쪼개는 걸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예산 상의 문제가 발생할 때 정부 예산을 무한정 투입할 수도 없기에 (단기간 개혁안을 낸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추가 공급 대책 역시 모두 돈이 드는 문제고 이마저도 서울 등 도심에는 실질적으로 개발할 땅이 없다”며 “각 부처와 지자체가 가진 유휴부지는 활용 계획이 이미 세워진 상태라면 정부가 마음대로 빼앗아 올 수 없고 계획이 없더라도 결국 비용을 투입해 부지를 사들여서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없는 땅에 주택을 짓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정책을 좀 더 심사숙고해서 마련해야 하는데 시장 불안을 잠재우겠다며 조급하게 나선 측면이 있다”며 “LH 개혁안이든 추가 공급 대책이든 실질적인 주택 물량이 시장에 풀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서 신뢰만 더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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