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빵 보고 놀란 서울시 '앞날이 걱정'

이충재 기자

입력 2013.08.07 16:57  수정 2013.08.07 17:10

서울시 건빵 빨리먹기 논란에 '없던 일로'

잇단 인명사고에 '작은 논란도 안만들겠다'

“건빵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서울시가 국방부와 함께 정전60주년 안보체험 이벤트로 마련한 ‘한강에서 진짜 사나이를 만나다’행사 중 일부 계획을 취소했다.

행사 내용 가운데 ‘건빵-군대리아 빨리 먹기 대회’가 문제가 됐다. ‘건빵 빨리먹기는 군대에서 가혹행위’라는 언론의 지적이 나오자 즉각 행사 내용을 조정했다.

관련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는 6일 오전 11시 15분에 나왔고, 오후엔 ‘건빵 빨리 먹기 대회’ 부분이 붉은 글씨로 줄이 그어져 다시 배포됐다. 해당 행사는 취소한다는 의미다.

서울시가 추진하려던 행사 내용은 이렇다.

“10(토)~11(일)일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현장에서 즉석으로 10명의 신청을 받아 ‘건빵 빨리 먹기 대회’와 ‘군대리아 빨리 먹기 대회’를 개최한다. 각 대회당 우승자 1명에게는 각각 건빵 10봉지와 군대리아 10개를, 참가자 전원에게 건빵 1봉을 제공한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빨리먹기대회를 연 것을 문제삼으면 어떡하자는 건가”, “이런 식이면 모든 이벤트는 논란이 된다”, “명동이나 강남에서 벌어지는 햄버거, 맥주, 초코파이 빨리먹기 대회도 그럼 가혹행위냐”는 등의 의견이 가장 많은 호응을 받았다.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군대리아'가 소개된 MBC 주말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동영상 화면 캡처.

서울시와 국방부는 “이번 행사는 시민과 한 발짝 더 공감하는 군인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것이고, 결코 '강압식 체험'이 아니며, 공감과 공유를 핵심 메시지로 하는 것”이라며 “일각에서 그릇된 과거 군문화를 상기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행사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야하는 논란 vs 키워야하는 논란…경전철 논란은 어떻게?

문제는 건빵이 아니라 건빵을 보고 놀란 서울시다. 최근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에 이어 방화대교 공사현장 붕괴 사고 등으로 긴장상태인 서울시의 ‘작은 논란거리도 만들지 않는다’는 조심스러운 모습이 교차된다.

“시민의 작은 목소리도 귀담아 듣는다”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과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해당 이벤트에 대해 “군대 가혹행위를 시민들에게 체험하라는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1000만 시민을 책임진 서울시가 크고 작은 논란을 피하기만 해서는 어떤 정책도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더 큰 우를 범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가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피해야 하는 논란’과 ‘키워야 하는 논란’을 선별해 대응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현재 서울시가 맞닥뜨리고 있는 가장 큰 논란은 ‘경전철 사업 추진’이다. 박 시장과 서울시 입장에선 이번 논란이 커질수록 선거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도로, 교통, 하천 등 지역 건설사업은 선거를 앞둔 최고 인기메뉴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선 박 시장의 선거용 사업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박 시장은 경전철 추진 반대목소리에도 “‘시민들의 발’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고, 미래 위한 일에는 백번이라도 투자하겠다”며 강공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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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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