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다자구도? 끝모를 안철수의 모호함
18대 대통령선거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간 ‘단일화’ 문제가 어떻게 진전될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안 후보가 지난 7일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 △현장에서 듣는 국민의 목소리 △전문가들의 평가 △여론조사라는 세 가지 기준을 내놓으면서 해당 논의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아졌다.
안 후보는 이날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 지난달 19일 대선출마 선언 때와 같이 ‘정치 혁신’과 ‘국민의 동의’를 내세우며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아직 단일화를 논하기에는 정치 쇄신이 부족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나 ‘세 가지 기준’이라는 반보(半步)라도 나아간 답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안 후보가 단일화를 하기는 할 모양”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범야권후보’로 분류하는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NCND(긍정도 부정도 않겠다)”라고 발언하는 등 ‘애매한 태도’도 드러냈었다. 하지만 이날은 “(대선은) 지난 5년간 집권여당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선거”, “나는 토목공사보다 사람에게 먼저 투자해 중산층과 서민을 떠받치는데 정부 재원을 우선 쓸 것”, “지금 대한민국은 궤도를 벗어난 아폴로 13호”라는 등 발표문에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하는 발언들을 대폭 담아냈다.
이 같이 자신을 ‘범야권후보’로 각인시키는 발언을 강조하고, 단일화 문제에 대한 방안을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단일화 의지’가 강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5일 문 후보가 “정치개혁도 정권교체를 해야 가능하다”고 안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오로지 나만이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이룰 수 있다”고 안 후보가 반응한 것도 단일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면 굳이 문 후보에게 ‘견제구’를 던질 필요가 없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다자구도'라는 승부수 던질 수도?
하지만 해당 발언은 또 다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말 그대로 ‘내가 아닌 단일화는 없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5일 그는 “(대선출마 뒤) 건너 온 다리를 불살랐다”는 거침없는 발언도 던진 바 있다. 더군다나 ‘민주당 입당’이라는 전제가 깔린 단일화는 안 후보에게는 큰 부담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안 후보에 대한 지지는 정치권의 대척점에 서있다는 점에서 유지되는 것”이라며 “단일화 협상을 하는 순간 그게 무너져 버린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유권자 750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민주당 소속 안 후보를 양자대결한 설문조사(신뢰도 95%, 표본조사 ±3.6%)에선 안 후보가 45%로 50%인 박 후보에게 5%p로 뒤졌다. 반면, 앞서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한 박 후보와 무소속 안 후보의 대결(신뢰도 95%, 표본오차 ±2.5%)에선 안 후보가 48%로 44%인 박 후보에게 4%p 앞섰다.
안 후보가 7일 내놓은 3개의 단일화 조건을 놓고도 “안 후보에게서 단일화와 관련해 새롭게 나온 내용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게 없다”는 말들도 많다.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어떤 논의도 진행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어떻게 정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없고, 대체 어떤 게 단일화 조건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최측근들이 단일화 문제에 대해 단 한 번도 긍정적인 신호를 준 적이 없다는 것도 단일화를 진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의 이유로 꼽힌다. 지난 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한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단일화 자체가 목표일 수 없다. 정권교체와 정치쇄신을 모두 함께 이룰 수 있는 후보는 안철수”라고 했고, 유민영 대변인은 “단일화를 전제로 움직이고 있지 않고, 그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각각 잘라 말했다.
아울러 자칭·타칭 ‘제3세력’으로 불리며 훗날 안 후보에게 정면 또는 측면지원을 해줄 수도 있는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앞서 안 후보가 민주당과 단일화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점차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다 보면 안 후보가 ‘단일화 부담’이 가중돼 시기를 놓치거나 혹은 단일화보다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참신한 정치초년생’이라는 자신만의 강점으로 ‘다자구도’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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