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삼성 완패 이끈 배심원장 알고보니...

이광표 기자 (pyo@ebn.co.kr)

입력 2012.09.27 10:28  수정

호건 배심원장 삼성 우호기업과의 소송 전력 숨겨…삼성, 미 법원에 '불복' 신청

미국에서 진행된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침해사건 1심 재판의 배심원단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특허소송 1심 평결심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해 10억4천934만3천540달러(약1조1천91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하며 버딕트 폼에 써 넣은 숫자.배심원단은 앞서 10억5천185만5천 달러(약 1조1천939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으나 일부 평결에 문제점이 발견돼 액수가 조정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내 특허소송을 맡았던 배심원장의 과거가 드러나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완승으로 끝난 미 특허소송 판결이 무효화 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26일(현지시각) 미국의 금융정보 전문기관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특허소송의 배심원장이었던 벨빈 호건씨는 지난 1993년 하드디스크(HDD) 전문업체 시게이트와 소송을 벌였으며, 앞서 1980년대에는 시게이트에 취직했다 해고된 뒤 소송과 맞소송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개인파산을 선언하기도 했다.

논란이 되는 이유는 시게이트라는 기업이 지난해 삼성전자의 HDD부문을 인수해 합병하는 등 삼성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이다. 정황상 호건이 삼성전자에 개인적인 악감정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삼성 및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호건이 삼성전자와 애플 소송에 배심원으로 참여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담당 판사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호건 씨는 당시 "본인이나 가족, 또는 가까운 사람이 어떤 소송에 연루된 적이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을 받았음에도, 지난 2008년 있었던 소프트웨어 소유권 소송 등에 대해서는 말했지만 시게이트와 소송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톰슨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연루된 모든 사례를 하나하나 밝히라고 분명하게 요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속기록(tran)에서 루시 고 판사가 "본인이나 가족, 또는 가까운 사람이 원고·피고·증인으로 어떤 소송(a lawsuit)에 연루된 적이 있느냐"고 질문을 했다는 점에서 그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벨빈 호건에 대한 자격논란은 이전부터 불거졌다. 지난달 말 주요외신은 호건 배심원장이 애플과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사용됐을지도 모르는 특허를 갖고 있다며 신뢰성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가 스마트폰 관련 특허 보유자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평결 과정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불거졌던 것.

삼성전자 측은 배심원장에 대한 논란이 재확산되자 배심원 평결의 무효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삼성전자 변호인단은 배심원단 선정과 평결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했다며 21일(현지시각) 미국 새너제이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의 루시 고 판사에게 평결불복법률심리(JMOL)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신청서에서 삼성전자측은 호건 씨가 갖고 있는 시게이트와의 소송경험을 평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견을 개진했다.

실제 배심원 평결이 워낙 일방적이었고 이런 분위기를 주도한 장본인이 호건 배심원장이라는 점에서 미국 법원이 호건의 행위를 '배심원의 비행(misconduct)'로 인정할 경우 배심원 평결이 무효화되고 새로운 재판이 열릴 수도 있다는 게 삼성측의 분석이다.

삼성전자측 변호인단은 평결 무효화를 추진하며 배심원 선정 문제로 재심이 이뤄졌던 과거 판례들도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는 "배심원장이 소송을 감춘 사실이 애플에 대한 특허침해 평결을 철회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느냐가 평결을 무효화 하는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며 "과거 판례들이 있고 배심원장의 자격논란이 평결 직후부터 전세계적으로 일파만파 커지고 있기 때문에 법원이 재심을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데일리안=이광표 기자]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광표 기자 (pyo@eb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