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민주당 재벌개혁안 발표에 강력 반발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12.07.10 16:12  수정

문제점 개선보다는 기업 때리기 식…기업활동 위축 우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가 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취임 한달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9일 '재벌 개혁'과 '부자 증세', '파견근로자 보호'를 뼈대로 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9개 법률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면서 재개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4.11 총선 전 민주당 시절부터 포퓰리즘 공약으로 언급됐던 기업 관련 규제의 '재정리'에 불과한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됐던 내용들이지만, 막상 이를 당론으로 정하고 이번 국회에서 모두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자 허탈한 모습이다.

이번에 민주당이 내놓은 9개 법률 개정안 중 기업 관련 규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규제와 파견근로자 사용에 대한 규제다.

먼저,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행위 규제 강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법인 간 수입배당금에 대한 과세 강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한도 축소, 비은행 지주회사의 비금융 자회사 소유 금지 등을 내놓았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법안들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할 주요 그룹들의 발목을 꽁꽁 묶을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대부분의 계열사를 잃고 공중분해될 위기로 몰아넣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의 문제점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기보다 기업 때리기 식으로 가겠다는 것으로 비춰진다"며 "글로벌 경제 위기로 힘든 기업들은 더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통합당 개정안에서 언급된 출총제 재도입과 지주회사 규제 강화는 기업 투자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며, 재벌세도 기업의 부담을 늘려 수익성 지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순환출자를 금지하자는 주장이 현실화되면 기업들이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 그룹을 수직계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여기에만 수조에서 수십조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만큼 투자여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 기업지배구조의 기반을 뒤흔들 경우 국내 산업을 지탱하는 주요 기업들이 해외 투기자본의 먹이로 전락하거나 주인을 잃고 떠도는 신세가 돼 결과적으로 고용 등의 측면에서 서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의 경영권이 흔들리는 기업은 해외 투기자본의 좋은 먹이가 될 수밖에 없다"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매입 과정에서 해외 투기자본이 끼어들어 장난을 칠 경우 막대한 국부 유출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기업집단에서 떨어져 나와 채권단과 외국 기업을 오가며 기업 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성장 동력을 잃은 기업들도 많았다"며, "그런 사례가 국내 산업에는 물론, 고용 등 서민경제에 어떤 이익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근로자 파견과 도급간 구별조항을 신설하고 사용 기간을 초과하거나 불법 파견 때는 고용으로 간주하는 파견근로자 보호법 개정안도 재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파견과 도급 같은 형태의 인력 사용은 워낙 다양한 업종에서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파견인지 도급인지 구분이 힘들다"며, "이를 경직적으로 법제화할 경우 현장 특성을 반영 못해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용기간 초과 및 불법 파견시 정규직 채용을 강제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불법 파견시 사법·행정적 제재는 있어야겠지만, 개별 계약까지 법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기본원칙인 자유계약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좀 더 포괄적으로 보면 민주통합당의 이번 파견근로자 보호법 개정안이 고용 형태의 경직성을 심화시켜 기업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기업환경의 악화는 주요 제조업의 이탈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와 조선, 전자 등 수출 위주의 산업들은 글로벌 업황에 따라 인력수요가 크게 바뀐다"며, "불황이 닥쳐도 구조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력 수급의 탄력성까지 경직된다면 국내에 생산시설을 유지하거나 늘리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동차나 전자 기업들은 해외에 완제품 공장이 하나 들어서면 관련 부품계열사와 협력업체들까지 모두 인근에 공장을 설립해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만큼 주요 기업의 생산시설 해외 이전은 파장이 엄청나다"며, "근로자를 위한다는 법안이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데일리안 = 박영국·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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