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재산 사건 규탄 "후배들이 침몰하는 민노당에서 뛰어내리길"
“민혁당과 구국전위, 중부지역당을 비롯해 수많은 지하혁명조직이 김정일 부자와 손잡았음을 민노당도 알고 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있지만 우리의 담백한 양심은 가릴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침몰해가는 민노당이라는 배에 있으시렵니까?”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공작기구인 255국 지령을 받아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간첩단 ‘왕재산’ 사건 연루자 수사에 민노당이 반발하자, 과거 운동권 선배들이 ‘설득’에 나섰다.
남북청년행동과 (사)열린북한, 미래를여는청년포럼, 북한인권학생연대 등 4개 대북 인권 및 청년단체들은 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민노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북은 매국행위”라며 수사협조 및 공개토론 등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홍재 남북청년행동 준비위원장, 하태경 (사)열린북한 대표 등 과거 민노당 인사들과 동고동락하며 학생운동을 벌였던 ‘선배’들이 “자발적으로 수사에 응해 왕재산 사건과 무관함을 밝히라”며 “이제는 정말 종북주의와 결별할 때”라고 설득했다.
최 준비위원장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87학번으로, 1991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1993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조국통일위원회 정책실장, 1997년까지 전국연합 자주통일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NL 주사파 운동을 이끌었다. NL 계열이 주축이 된 현재의 민노당 인사들과도 적잖은 연이 있다. 1997년 북한의 대기근을 기점으로 북한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고 이후 북한인권 및 신보수운동에 몸담았다.
서울대 물리학과 86학번으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간부로 활동했던 하 대표는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서울대 운동권 1년 선배. 졸업 후 좌파 성향의 통일운동을 하다 북한의 식량난과 대량 아사를 보고 방향을 바꿔, 북한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최 준비위원장은 “민중을 위한 세상을 만들자 결심했던 사람들이 고작 잔인무도한 세습독재자들에게 충성맹세나 하고 있는 현실을 보니, 그들의 초심을 알고 있는 나로선 서글프다”고 운을 뗀 뒤 “어재서 저들이 끔찍한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 준비위원장은 “민혁당과 구국전위, 중부지역당등 수많은 지하혁명조직이 김정일 부자와 손잡았음을 민노당과, 그런 조직을 만들었던 우리는 알고 있다”며 “민노당은 종북주의자인데, 온갖 괴변으로 왕재산을 옹호하는 걸 보니 민노당에 있는 후배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로 인해 운동의 길로 뛰어든 만큼, 후배들이 침몰해가는 민노당이란 배에서 뛰어내리길 바란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있지만 우리의 담백한 양심은 가릴 수 없지 않나. 부디 이제라도 진실의 바다로 뛰어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하 대표는 “정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하던 공안 탄압이 재현되고 있다. 치졸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다. 독재 정권의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고 비난한 이정희 민노당 대표에게 “떳떳하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김대중 정부 때의 민혁당 수사나 노무현 정부 때의 일심회 사건도 정치탄압이고 색깔씌우기였느냐”고 반문하면서 “북한 김정일의 인권 탄압에 침묵하더니, 공안 운운하며 간첩을 비호하는 정체공세는 멈추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 대표는 이어 “민노당은 국민의 공당(公黨)으로서 암적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수사를 거부하고 도둑이 제 발 저린 식으로 하는 건 민노당에도 좋지 않다. 연평도와 천안함을 잊지 않았다면, 종북과 같은 매국행위를 각성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선배들의 요구에도 민노당의 빗장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단체들은 서한을 민노당에 전달하려 했으나 거절당한 것이다.
단체들은 이날 “민노당이 진정 지키려는 것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김정일 수령 세습체제와 그들의 조력자들임을 스스로 천명하려는 것인가. 이제라도 민노당이 남북의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달라”며 △왕재산 간첩단 사건에 관한 공개토론 △왕재산 간첩당 사건 공동진상조사단 구성 등을 제안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노당측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받을 이유가 없고, 빌딩 1층 데스크에 맡겨놓으면 찾아가겠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최 준비위원장 등이 “그래도 당직자 한 사람이 내려와서 서한을 받는 예의를 차려주면 좋지 않으냐”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들의 앞을 가로막을 뿐 “민노당 측에서 원치 않는다고 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최 준비위원장은 “이런 서한 하나도 받지 않겠다는 민노당에 매우 실망했고,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며 “민노당이 계속해서 대한민국의 본질을 훼손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토론마저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결국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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