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인천 문학구장서 벌어진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SK 김성근 감독과 KIA 조범현 감독의 표정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SK로서는 2연패 뒤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승부였다.
김성근 감독은 그간 중심타선의 빈공으로 확실한 득점찬스를 살리지 못했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이날 팀 내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박정권을 3번에 기용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결과는 대성공으로 나타났다.
´가을 사나이´로 거듭난 박정권은 이날 2점 홈런 포함 4안타 4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2번 박재상이 이날 2안타 2볼넷으로 중심타선 앞에서 연이어 찬스를 열어준 것도 대량득점의 계기가 됐다.
내내 침묵하던 SK 타선은 막강한 KIA 선발 구톰슨을 2이닝 4안타 4실점, 정근우와의 언쟁으로 리듬이 깨진 서재응을 2이닝 3안타 4실점(몸에 맞는 볼 2개)으로 연이어 무너뜨리며 그간의 아쉬움을 만회했다. KIA가 선발진이 막강하지만 반대로 조기에 무너질 경우, 불펜이 취약하다는 단점을 제대로 공략한 한판이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완승으로 끝낼 수 있는 경기에서 상대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 개운치 않은 뒷맛을 곱씹어야했다. 과감한 타순변화로 인한 공격력 부활에는 성공했지만, 오히려 믿었던 불펜 쪽에서 불안감을 노출한 것.
선발 글로버 호투에 힘입어 6회까지 KIA 타선을 잘 봉쇄하던 SK 마운드는, 불펜진이 막판 3이닝동안 6실점을 허용하며 불안에 떨어야했다.
KIA로서는 그동안 다소 부진하던 ´해결사´ 김상현이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는 게 희망적이다. 김상현은 1-8로 끌려가던 8회 무사 1,2루에서 SK 좌완 고효준을 상대로 3점 홈런을 작렬, 자신의 생애 첫 한국시리즈 아치를 그렸다.
이전까지 볼넷 1개에 그치며 중심타자로서 자기 몫을 하지 못했던 김상현으로서는 4차전 이후를 대비한 타선의 불씨를 되살린 셈이다.
물론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며 흐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큰 점수 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대타와 수비교체, 불펜 필승계투조 투입을 통해 마지막까지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요구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조범현 감독으로서는 비록 패배는 아쉽지만 출혈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크게 아쉬울 것이 없는 승부였다.
구톰슨에 이어 서재응마저 초반 대량 실점해 5회 이전에 승부가 일찍 기울자, 조범현 감독은 주축 투수들을 일찍 내리고 한기주-이대진-손영민 등 그간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던 투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는데 의의를 뒀다.
선발이 일찍 무너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수를 기용할 경우, 자칫 4차전 이후 흐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냉정한 판단에 따른 결과였다.
타격감이 좋은 이종범을 3번에 기용한 것이나 최희섭과 김상현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중심타선이 회복조짐을 보인 것도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만회점을 얻지 못하고 경기를 마무리했다면, 자칫 흐름을 빼앗길 수 있지만 까다로운 SK 불펜진을 공략하는데 성공하며 자신감을 얻은 것은 4차전 이후에도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자산이 될 전망이다.[데일리안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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