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7조863억원 국비 확보…AI·바이오·G20 유치 등 미래 성장판 구축
재정개혁부터 접경지역 개발까지 실행 기반 마련…“도시 가격표 이제부터 바꿔”
박찬대 인천시장이 7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출범 100일 언론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리레이팅(Re-rating)’.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가치가 새롭게 평가받을 때 쓰는 말이다.
박찬대 인천시장이 7일 민선 9기 출범 100일을 맞아 ‘언론과의 대화’에서 이 금융용어를 인천의 미래전략으로 꺼내 들었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천은 저평가됐고 이제는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취임 100일 동안 무엇을 움직였을까. 아직 도시의 가격표가 바뀌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다만 재정과 산업, 국제도시 전략, 접경지역 개발 등 주요 분야에서 리레이팅을 위한 실행의 틀을 짜기 시작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출발점은 재정이었다. 박 시장은 취임 직후 재정예산개혁TF를 가동해 시의 지출 구조부터 들여다봤다.
재정 부담이 큰 사업과 유사·중복 사업을 점검하고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재정 구조를 다시 짜기 시작했다.
국비 확보에서도 숫자가 나왔다. 2027년도 정부예산안에는 인천시 역대 최대 규모인 7조863억원이 반영됐다. 대형 교통사업을 비롯해 AI·바이오 등 미래산업과 시민 생활 분야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했다.
산업 전략은 기존 인천의 강점을 새로운 산업과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공항과 항만이라는 물류 인프라에 AI를 접목하는 인천물류AX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산·학·연·관 협력을 바탕으로 인천공항과 인천항, 배후 물류단지를 AI 기반 스마트 물류 현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바이오 역시 생산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연구와 창업까지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도시 전략도 구호에 머물지 않았다. 인천시는 지난달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지원 TF를 출범시키며 공식 유치전에 들어갔다.
인천국제공항과 송도컨벤시아, 경제자유구역과 바이오산업 집적지, 국제행사 개최 경험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G20 유치는 단순히 국제행사 하나를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천의 도시 브랜드와 산업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고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 담겼다.
접경지역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박 시장은 영종에서 신도와 강화를 거쳐 경기·강원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동서평화물류고속도로 구상을 제시했다.
오랫동안 규제와 안보의 상징이었던 접경지역을 물류와 관광, 평화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연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지난 100일 동안 굵직한 현안들도 움직였다. 남동산단 문화선도산단 선정,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추진, 내항 1·8부두 재개발, 노후계획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 등이 대표적이다.
민생 분야에서는 시립 치매전담형 요양원 개관을 추진하고 달빛어린이병원을 확대했다. ‘그냥드림’도 전 군·구로 확대해 생활권 복지망을 넓혔다.
결국 박찬대 시장의 첫 100일은 완성된 성적표라기보다 리레이팅을 위한 실행판을 깔아놓은 시간에 가깝다.
재정을 다시 들여다보고, 역대 최대 국비를 확보하고, AI와 바이오를 성장축으로 세우고, G20이라는 국제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접경지역을 바라보는 공간전략도 새롭게 제시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다. 확보한 국비가 시민의 일자리와 소득으로 이어지는지, AI와 바이오가 실제 기업 투자와 산업 성장으로 연결되는지, G20 유치가 인천의 국제적 위상과 지역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리레이팅은 선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기업의 주가는 시장이 결정하지만 도시의 가치는 시민과 기업, 투자자가 결정한다.
박찬대 시장이 말한 ‘저평가 우량주 인천’이 실제로 제값을 받으려면 거대한 청사진보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먼저 나와야 한다.
민선 9기 100일. 판은 깔렸다. 이제 남은 것은 인천의 가격표를 실제로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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