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도화에 냉각·전력 인프라 중요성↑…산업 경쟁력 새 변수
자율주행 3000대급 실증 제언…조선은 '숙련공 데이터'가 자산
정치권도 제조·AI 결합 한목소리…"규제 개선·투자 지원 뒷받침"
민병호 데일리안 대표이사, 무소속 한동훈 의원, 국민의힘 김성원, 배현진, 고동진, 박정훈 의원 등 내빈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서 '피지컬 AI, K-제조의 대전환'을 주제로 열린 2026 데일리안 글로벌 경제산업 비전 포럼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인공지능(AI)이 데이터센터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자동차와 전력망, 공장과 조선소 등 현실 세계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AI가 직접 기계와 설비를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세계적인 제조 기반을 갖춘 한국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제조 역량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I 반도체의 발열을 해결할 냉각 기술부터 실제 도로에서 축적되는 자율주행 데이터,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전력망, 수십 년간 축적된 숙련공의 노하우까지 현실 세계의 자산을 AI와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올랐다.
데일리안은 16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피지컬 AI, K-제조의 대전환'을 주제로 '2026 글로벌 경제산업 비전 포럼'을 개최했다. 데이터센터와 모빌리티, 에너지, 조선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피지컬 AI 시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과 과제를 논의했다.
민병호 데일리안 대표이사는 개회사를 통해 "AI 모델 경쟁에서는 다소 늦었을지 모른다"면서도 "AI를 실제 제품과 생산현장에 적용하는 경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의 제조 역량이 그대로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가 현실로 나오는 순간, 제조업은 다시 산업 경쟁의 중심에 선다"며 "잘해 온 제조에 AI를 더하고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안전검증과 표준 역량을 채운다면 피지컬 AI 시대는 K-제조가 다시 도약하는 무대가 된다"고 밝혔다.
AI 뜨거워질수록 중요해지는 '냉각’
한상우 LG전자 데이터센터솔루션 Task 책임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서 '피지컬 AI, K-제조의 대전환'을 주제로 열린 2026 데일리안 글로벌 경제산업 비전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첫 번째 세션에서는 AI 서버 고밀도화에 따른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의 변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상우 LG전자 데이터센터솔루션Task 책임은 '데이터센터 냉각 트렌드와 솔루션'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AI 서버의 연산 성능이 높아지면서 랙당 전력 소비와 발열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제시된 엔비디아 GPU 로드맵에 따르면 블랙웰 기반 GB200 시스템의 랙당 전력은 약 130킬로와트(kW) 수준이며 향후 루빈 울트라는 600kW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존 공기냉각과 함께 냉각수를 활용해 열을 직접 제거하는 액체냉각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 책임은 "실제 저희가 보고 있는 부분은 한 50kW 정도 수준이 되면 대부분 액체냉각을 도입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관련 표준과 대규모 적용 사례가 부족한 점이 과제로 꼽혔다. 한 책임은 국내 기업들이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도록 표준 마련과 정책적인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수만대, 우리는 100~200대"…자율주행은 데이터
하성용 한국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이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데일리안 2026 경제산업포럼'에서 '상용 플릿 데이터와 안전이 만드는 자율주행 G3'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기술 개발을 넘어 대규모 실증과 데이터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장은 '상용 플릿 데이터와 안전이 만드는 자율주행 G3'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국이 기술력을 시장 경쟁력으로 연결하기 위해 최소 3000대 규모의 상용 플릿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 회장은 "테슬라 차량 수만 대가 이미 대한민국 도로를 운행하며 데이터를 쌓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100대, 200대 규모로 실증하는 동안 데이터 격차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3000대급 실증을 시작으로 향후 1만대 이상까지 규모를 확대하고 실제 운행 데이터의 수집과 AI 재학습, 안전 검증, 인증을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 회장은 "상용화 자산을 만들지 못하면 보유한 기술을 시장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가 먹는 전력도 폭증…"전력 확보가 경쟁력"
서황동 효성중공업 연구소 AM연구팀 팀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서 '피지컬 AI, K-제조의 대전환'을 주제로 열린 2026 데일리안 글로벌 경제산업 비전 포럼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AI 산업의 급성장은 전력 인프라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AI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전력을 확보하는 능력 자체가 산업 경쟁력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는 진단이다.
서황동 효성중공업 연구소 AM연구팀 팀장은 'AI 시대를 움직이는 두 축, 전력 인프라와 AI 솔루션'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AI가 생성형 AI에서 피지컬 AI로 넘어가면서 예전에는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 그쳤던 것들이 이제는 행동까지 옮기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5년 48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50TWh로 5년 만에 약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건설보다 송전선로 구축과 계통 연계 등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전력 인프라 확충도 과제로 꼽혔다.
서 팀장은 "AI 산업의 경쟁력에서 그동안 놓치고 있던 부분 중 하나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력량을 확보할 것인가"라며 전력 확보가 반도체·데이터센터·소프트웨어 못지않은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전력망 운영에도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설비 이상 감지를 넘어 AI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판단해 의사결정까지 지원하는 자산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도 못 만드는 데이터"…조선은 숙련공 노하우
장계봉 HD한국조선해양 AI개발실 실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서 '피지컬 AI, K-제조의 대전환'을 주제로 열린 2026 데일리안 글로벌 경제산업 비전 포럼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선업에서는 현장에 축적된 숙련공의 노하우가 피지컬 AI 시대의 차별화된 자산으로 제시됐다.
장계봉 HD한국조선해양 AI개발실 실장은 '스마트 야드와 조선 피지컬 AI'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중국이 아무리 데이터 팩토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조선소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생성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10년 안에 조선소 현장 인력의 약 30%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숙련공의 작업 노하우를 데이터로 전환하고 AI와 로봇이 이를 재현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는 설명이다.
HD현대는 2030년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AI가 판단하고 로봇이 실행하는 운영체계를 갖춰 생산성을 30% 높이고 선박 건조 기간을 30% 단축한다는 목표다.
현재 패널·소조·대조 공장에서는 AI 용접 로봇 90여 대가 상시 가동되고 있다. 숙련공의 노하우를 데이터화해 적용한 결과 용접 결함은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생산효율은 15~20% 향상됐다.
장 실장은 "현장에 계신 분들이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편해졌다고 느끼고, 그 체감이 동기부여가 돼 자발적 참여로 이어져야 한다"며 현장 참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정치권도 "제조·AI 결합"…제도적 지원 강조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서 '피지컬 AI, K-제조의 대전환'을 주제로 열린 2026 데일리안 글로벌 경제산업 비전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치권에서도 피지컬 AI를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동훈 의원은 축사를 통해 "기계와 부품을 정밀하게 설계·생산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능력이 피지컬 AI의 완성도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도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도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는 걷어내고,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철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도 "AI 시대 산업 경쟁력은 결국 제조 현장에서 결정된다"며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방산 등 우리가 가진 제조 역량에 AI를 결합하고 이를 뒷받침할 소·부·장 경쟁력까지 함께 세워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네 개 세션을 관통한 화두는 '현장'이었다. 데이터센터에서는 냉각 기술과 전력이, 자율주행에서는 실제 도로에서 확보하는 데이터가, 조선소에서는 숙련공이 축적한 경험이 각각 AI 경쟁력의 기반으로 제시됐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제조 기반과 현장 데이터를 AI와 결합하고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제도를 갖추는 것이 K-제조의 다음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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