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성 해트트릭' 이민성호…카타르 대파하며 4연패 출항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9.15 21:44  수정 2026.09.1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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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성 원맨쇼·양현준 쐐기골, 카타르 4-1 대파

유럽파 9명 화력 폭발…22일 사우디 2차전 맞대결

엄지성. ⓒ 연합뉴스

4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 대표팀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회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전반에만 해트트릭을 몰아친 엄지성(스완지시티)의 폭발적인 활약과 양현준(셀틱), 김명준(헹크)의 연속 골을 앞세워 카타르를 4-1로 대파했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2023년 항저우 대회에 이어 사상 첫 아시안게임 4연패 대업에 도전하는 한국은 단숨에 승점 3을 챙기며 D조 선두로 치고 나갔다.


경기 전까지 U-23 상대 통산 전적에서 1승 5무 2패로 열세를 보였던 '카타르 징크스'까지 말끔히 씻어낸 귀중한 승리다.


이날 이민성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유럽파 공격진을 대거 앞세운 파격적인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최전방에 김명준(헹크)을 배치하고, 2선에 엄지성과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을 세워 화력을 극대화했다. 중원은 '와일드카드' 주장 이기혁과 이승원(이상 강원)이 호흡을 맞췄고, 포백 라인은 배현서(경남)-최석현(울산)-신민하(강원)-김지수(브렌트퍼드)가 구축했다. 골문은 김준홍(수원)이 지켰다.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겨냥해 2005년생 이후 어린 선수들로만 팀을 꾸린 카타르를 상대로 한국의 체급 차이는 확실했다. 전반 초반부터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으로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경기 시작 7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후방에서 김지수가 한 번에 넣어준 장거리 롱패스를 엄지성이 왼쪽 뒷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들며 잡아냈다. 페널티 박스 안까지 거침없이 치고 들어간 엄지성은 주저 없이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려 카타르의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의 기를 완전히 꺾어놓은 엄지성의 발끝은 멈추지 않았다. 전반 20분 상대 수비진의 치명적인 볼 처리 실수를 놓치지 않고 따낸 엄지성은 아크 정면에서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어 전반 추가시간, 중원에서 이승원의 패스를 받은 엄지성이 깔끔한 마무리로 3번째 골을 집어넣으며 전반 35분 만에 '클래식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엄지성의 원맨쇼 속에 한국은 전반을 3-0으로 완전히 압도한 채 마쳤다.


이민성 감독. ⓒ 연합뉴스

후반에도 이민성호의 공격 본능은 식지 않았다. 후반 7분 왼쪽 측면을 허문 배준호의 크로스를 양현준이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후반 11분 최석현의 크로스와 엄지성의 헤딩으로 이어진 김명준의 연이은 슈팅은 수비 육탄방어에 막혔다.


하지만 쉼 없이 골문을 두드리던 한국은 후반 21분 마침내 네 번째 골을 터뜨렸다. 양현준의 송곳 같은 침투 패스를 받은 최전방 공격수 김명준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팀의 네 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승부에 완전히 못을 박았다.


4-0까지 격차가 벌어지자 이민성 감독은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까지 바라보는 용병술을 펼쳤다. 후반 27분 핵심 자원인 김명준, 배준호, 이승원을 대거 불러들이고 양민혁(베스테를로), 이현주(아로카), 강상윤(전북)을 투입하며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함과 동시에 후보 선수들의 감각을 점검했다.


후반 40분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카타르의 미르완 하산에게 한 골을 내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으나, 한국은 남은 시간 경기 템포를 조율하며 4-1 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이민성호의 어깨는 유독 무거웠다. 최근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과 정몽규 축구협회장,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의 동반 사퇴 등 한국 축구 전체가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 역시 출범 이후 경기력 기복으로 팬들의 불만을 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역대 아시안게임 중 가장 두터운 유럽파 진용을 자랑한다. 엄지성, 배준호, 양현준, 김지수, 양민혁 등 유럽 빅리그 및 2부 리그에서 주전급으로 활약 중인 선수만 9명에 달한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 대진 운도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이 속한 D조는 15개 참가국 중 유례없이 3개국(한국,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으로만 구성됐다. 다른 조에 비해 조별리그 경기 수가 1경기 적어 체력 소모를 최소화한 상태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는 편성이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은 오는 22일 같은 장소에서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사우디 역시 2028 LA 올림픽을 대비해 21세 이하 어린 선수들로 명단을 구성했지만, 중동 특유의 조직력과 강한 신체 조건은 언제나 까다로운 요소다.


D조 1위를 차지해야만 8강 토너먼트에서 타 조 2위 팀을 만나 비교적 수월한 대진을 이어나갈 수 있는 만큼, 이민성호는 일주일간의 충분한 휴식 기간 사우디전 전술 가다듬기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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