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호황과 나랏빚 증가…미래기금의 불편한 셈법 [기자수첩-정책경제]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6.09.16 07:00  수정 2026.09.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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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106조원 증가 전망

기금 여유자금 104조원 적립

운용수익·조달비용 검증 필요

2027년 예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 모습. ⓒ뉴시스

정부 계획상 내년 국가채무가 106조원 증가하는 가운데 미래대응기금에는 104조4000억원의 여유자금이 적립된다. 두 금액이 거의 일치하면서 빚이 늘어나는 시기에 대규모 자금을 별도 기금에 적립하는 재정 운용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7년 국가채무는 1519조8000억원으로 전망됐다. 2026년 본예산 기준 1413조8000억원보다 106조원 증가한 규모다.


같은 시기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활용해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 사업에 45조4000억원을 투입하고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을 줄이는 데 활용한다. 나머지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한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반도체 경기 등에 따라 출렁이는 세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재정 저수지라고 설명한다. 세수가 장기 추세를 웃돌 때 재원을 적립하고, 세수가 부족할 때 이를 꺼내 일반회계 재정을 보완하는 구조다.


논란의 핵심은 기금의 필요성 자체보다 재원의 배분 방식이다. 국가 전체의 재정 상태를 놓고 보면 한쪽에서는 국가채무가 늘고 다른 한쪽에서는 거액의 금융자산이 쌓인다. 국채를 발행한 돈을 그대로 기금에 넣는 구조는 아니어도 채무 증가액 106조원과 기금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이 비슷하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는 12조5000억원을 국채 신규 발행 축소에 활용해 기존 중기계획보다 채무 규모를 줄였다는 입장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6년 본예산 기준 51.6%에서 2027년 48.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비율 하락만으로 재정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채무의 절대 규모는 1년 사이 106조원 증가한다. 추가 재원 가운데 얼마를 채무 감축에 쓰고, 얼마를 미래 투자와 여유자금으로 남길지를 결정한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여유자금의 운용 수익과 국채 조달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 11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높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면서 100조원이 넘는 기금 여유자금을 금융시장에서 운용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금 운용수익이 국채 이자 비용에 미치지 못하면 국가 전체로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래 투자라는 이름이 모든 지출의 효율성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제시한 기금 사업에는 신규 사업뿐 아니라 기존 일반회계 사업도 포함됐다. 장기간 계속되는 기존 사업까지 기금으로 옮길 경우 일반회계와 기금의 역할이 불분명해지고, 예산 구조만 달라진 채 실질적인 신규 투자는 늘지 않을 수 있다.


기금 재원의 출발점이 정부의 세수 전망이라는 점도 위험을 더하는 요인이다. 정부의 국세수입은 본예산 기준으로 2023년 전망보다 56조4000억원, 2024년 30조8000억원, 2025년 8조5000억원 적게 걷혔다. 2025년에는 추가경정예산에서 전망치를 낮춘 뒤 실제 세수가 수정 전망보다 1조8000억원 더 걷혔으나 당초 본예산 전망은 3년 연속 실제 수입을 웃돌았다.


반도체 호황기에 확보한 재원을 미래 성장에 투자하는 선택에는 그에 걸맞은 설명과 통제가 따라야 한다. 국가채무를 늘리면서 104조4000억원을 여유자금으로 쌓는 선택이 재정적으로 유리하다는 근거, 기금의 운용수익과 조달 비용, 기존 사업의 편입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돈을 담았는지가 아니라 그 돈을 빚보다 가치 있게 운용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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