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도 등 중간 다리 역할에
한국 반도체도 아세안 경유 크게 늘어
지난해 미·중 간 직접 교역 규모는 2022년 대비 약 40% 감소했지만 글로벌 교역 규모는 위축 없이 견조한 흐름을 지속했다.ⓒ한국은행
미·중 갈등이 깊어지면서 두 나라의 직접 교역은 크게 줄었지만, 베트남과 멕시코 같은 제3국을 거치는 우회 공급망이 활성화되면서 전 세계 교역은 여전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지정학적 분절 속 글로벌 경제연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중 간 직접 교역 규모는 2022년 대비 약 40% 감소했지만 글로벌 교역 규모는 위축 없이 견조한 흐름을 지속했다.
유엔(UN)총회 표결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별 이상점을 분석한 결과, 2017년 이후 다수 국가는 정치·안보 측면에서 미국 쪽으로 가까워진 반면, 경제·개발 측면에서는 각국의 산업구조와 공급망 위치에 따라 이동 방향이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커넥터 국가'들은 정치·안보적으로는 미국과 정렬을 강화하면서도 경제·개발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연계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최종 소비시장과 중국 중심의 생산망을 잇는 중간 생산·조달 거점으로 부상하며 글로벌 교역 축소를 완충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공급망 역시 이러한 글로벌 재편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산업연관표 분석 결과, 한국의 대 베트남 수출 부가가치 중 최종 목적지가 미국인 비중은 2016년 11.1%에서 2022년 18.5%로 대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 최종수요로 연결된 비중 역시 7.3%에서 13.9%로 함께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산업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한국에서 창출된 반도체·전자 부가가치가 미국 최종수요로 이어지는 간접 경로 중 중국을 거치는 비중은 2016년 28.1%에서 2022년 17.0%로 급감했다.
반면 아세안 5개국을 경유하는 비중은 8.2%에서 18.6%로 급증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등 주요 최종 소비시장으로의 직접 진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베트남 등 기존 아세안 생산기지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공급망 경로 재구성이 지정학적 충격 시 생산·수출 경로의 선택지를 넓혀 한국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정선영 한은 조사국 아태경제팀 팀장은 "아세안을 통한 대미 연계가 확대된 만큼, 향후 미국이 원산지 규정이나 우회수출 조사 등 공급망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경우 그 여파가 아세안 현지 생산망을 거쳐 한국 기업과 중간재 수출 수요로 간접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커넥터 국가를 통한 완충 효과를 적극 활용하되, 주요국의 통상정책 변화와 현지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특정 생산거점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다변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