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대출 문턱 '제각각' [누더기 대출①]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9.14 07:07  수정 2026.09.1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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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추가 여력 고작 2000억원

모집인 차단·쿼터제 등 빗장 여전

정부 제도 완화에도 창구선 그림의 떡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대출 규제가 '누더기'가 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27대책, 10·15대책에 이어 올해 4·1대책까지 지속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하지만 일률적인 규제로 실수요자의 주거 불안과 고금리에 따른 차주들의 자금난이 심화하자 뒤늦은 보완책으로 8·13대책을 내놨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금융 정책에 예외를 덧붙인 탓에 시장 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다소 완화되면서 집단대출은 숨통을 텄지만, 일반 주택담보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다. 엇갈린 규제로 차주별 대출 여건은 달라지고 규제가 덜한 곳으로의 풍선효과도 심화하고 있다. 반복되는 땜질식 규제가 낳은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은 요지부동이다.


당국이 추가로 열어준 한도를 이미 대부분 소진한 은행들이 연말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대출 제한 방식이 제각각 적용되는 데다, 정부가 실수요자를 돕겠다고 내놓은 완화 조치마저 현장 창구의 소극적 대응으로 막히면서 혼선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전반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연말까지 남은 추가 대출 여력은 최대 2000억원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는 4조3400억원에서 7조1100억원으로 올랐지만, 지금까지 나간 대출 증가액이 이미 7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연말까지 추가로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규모가 은행당 평균 400억원 수준에 그친다는 의미다.


가용 한도가 바닥을 드러내자 은행들은 당국의 총량 가이드라인을 넘기지 않기 위해 비상 관리에 돌입했다.


은행권은 자체적으로 도입했던 각종 대출 억제책도 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은행은 지난 7월 주담대 한도를 법적 한도인 6억원의 절반 수준인 3억원으로 묶은 뒤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규제 방식도 통일된 기준 없이 은행마다 천차만별이다.


모기지신용보험(MCI) 및 모기지신용보증(MCG) 신규 가입 제한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중단, 대출모집인 월별 쿼터제, 영업점별 주담대·전세대출 월 취급 한도 제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도가 극도로 빠듯해지면서 창구를 잠시 열었다가 급히 닫아버리기도 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접수를 재개했으나 수요가 폭증하자 다음 날인 2일 상담사 1인당 하루 접수 건수를 1건으로 제한했다.


이마저도 이틀 만에 준비된 물량이 소진되자 결국 접수를 전면 마감했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최근 각각 변동형 주담대 판매와 모집인 대출 접수를 다시 시작했지만, MCI·MCG 가입 제한과 비대면 신규 취급 중단 등 실질적인 한도를 깎는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영업점당 주택 관련 대출의 월 취급 한도를 기존의 3분의 1 수준인 10억원으로 낮췄다.


추가 여력이 있더라도 연말 총량 관리 실패를 의식해 공급 속도를 늦추는 셈이다.


문제는 실수요자를 구제하겠다며 내놓은 정부의 제도 개선마저 이러한 창구의 높은 벽에 가로막혀 겉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미성년 시절 상속 등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주택 지분을 취득했던 이들을 예외적으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로 인정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창구에서는 신청이 반려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 심사 기준과 전결 권한을 확정하지 못했거나 관련 전산 개발을 마무리하지 못해서다.


이처럼 총량 관리 압박 속에 은행들이 신규 제도 도입과 취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당국의 완화 조치마저 현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량 목표치가 이미 배정돼있고 정확한 상한선이 있는 이상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계속 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잔금을 앞둔 차주들이 이 은행, 저 은행 발품을 팔고 있다"며 "정책에 따른 이런 불확실성이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대출 부담을 더 키우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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