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정책·아이디어 제안, 청년 조롱 논란까지
차갑게 식은 2030 민심…국정 지지율도 급락
치솟는 전월세 가격…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들
자녀 지원 못하는 씁쓸함에 부모 죄책감 가중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나는 괜찮은데 부모님이 '전셋집 하나 못 얻어줘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부모가 자녀에게 죄책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인가."(서울 소재 직장인 34세 김 씨)
"'폐버스 개조' '고시원 욕조'라니. 정치는 청년들을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청년들을 도와주는 것이다."(서울 소재 직장인 33세 배 씨)
'가붕개.' 계층 사다리가 끊겼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과거 조국 전 의원의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발언에서 유래했다.
주거는 삶의 기반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해법은 청년들의 기대와 달리 '탁상행정'에 그치거나 '조롱'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높은 전·월세 부담과 임대주택 입주 요건 등 현실과 정책 사이 간극은 청년들에게 더 이상 낯선 문제가 아니다.
최근 청년주거 문제와 관련한 조롱 논란은 '폐버스 개조 주택'을 제안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시원 욕조 설치 허용'을 언급한 국토교통부로부터 불거졌다.
황희 의원은 "당신부터 그곳에 살아 보라"는 청년들의 반발 후 사흘 만에 SNS에 사과문을 올리며 수습에 나섰고, 국토부 역시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보다 기존 주거 형태를 고착화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해당 방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의 '고시원 욕조 허용' 제안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이디어로 내놓은 '폐버스 개조 주택'을 풍자하는 SNS 이미지. ⓒSNS 이미지 갈무리
천정부지 오른 전·월세값… 실효성 잃은 공공임대
정부·여당이 현실과 동떨어진 의견만 내놓는 사이 청년들이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은 극에 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임차(전·월세) 비중은 82.6%에 달해 대다수 청년이 전·월세 시장에 내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집계한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전월세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전년 대비 약 7% 오르며 70만원 선을 넘어섰다.
정책 대출 요건 완화와 유동성 확대 위주의 대책이 대학가와 도심 역세권의 전월세 시세를 자극하면서, 정작 청년들이 부담해야 할 실질 주거비가 오른 것이다.
정부·여당이 대안으로 내세우는 청년임대주택 정책 또한 현실적 한계를 드러낸 지 오래다.
입지가 좋은 도심 청년임대주택은 수백 대 일에 달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로또'로 전락한 반면, 엄격한 소득·자산 기준으로 인해 성실하게 일하는 사회초년생들은 신청조차 하지 못하거나 1순위에서 배제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차가운 '2030 부동산 민심'
청년 주거문제를 둘러싼 정부·여당 일각의 정책 혼선에 2030세대의 불만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로 이어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무선 100% ARS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평가를 조사한 결과, 30대의 부정 평가 응답률은 69.4%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고, 18세 이상 20대 이하는 64.6%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을 향한 2030세대의 부정 평가는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청년 주거정책에 대한 불만이 국정운영 평가를 끌어내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청년층이 체감하는 주거비와 자산 형성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내놓는 정책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이 덧대어진 상황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부모 죄책감까지 키우는 청년 주거문제
청년 주거난은 당사자인 청년을 넘어 부모 세대의 경제적·정서적 부담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서울에 상경한 30대 아들을 둔 한 부모는 "자녀에게 수도권 전세집 한 채 조차 마련해주지 못하는 부모는 무책임하다고 한다"며 "집이 한 가정의 부모 능력을 가늠하도록 만드는 현실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금을 마련해주지 못하더라도 부모가 자녀에게 손을 벌리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는 의견부터 "성인까지 키워준 것 외에 도대체 부모의 책임은 어디까지냐"는 등 갑론을박이 오간다.
전문가들은 청년 주거 문제를 풀기 위해 단순한 물량 확대에 그치기보다, 실제 수요에 맞춘 공급과 함께 청년층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구조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청년임대주택은 직주근접을 중심으로 실제 수요가 있는 지역을 파악해 공급하는 게 우선"이라며 “무조건 몇 호를 공급하겠다는 식으로 수량을 목표로 삼을 경우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로 예산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물가 상승과 근로소득 상승의 엇박자가 청년 주거 부담을 키우는 한 요인"이라며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개편해 청년의 근로소득 자체를 높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청년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실제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정책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아이디어와 실효성을 따지지 않은 대책이 반복될수록 청년들 사이에서 "정치권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냉소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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