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닥터 섬보이' 2교대, 꿈같은 얘기…"36개월 복무로 공보의 절벽"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9.11 14:48  수정 2026.09.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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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현실화’ 토론회

의과 공보의 15년 새 3분의 1 수준…군의관도 급감

긴 복무기간에 의대생 현역병 선택 크게 늘어

의료계 “24개월로 단축”…복지부 찬성·국방부도 재검토

김기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법제이사(왼쪽에서 세번째)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현실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복무기간이 단축되더라도 현재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근무 중인 저희는 단축 대상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간곡히 요청드리는 것은, 지난 2년간 지역 현장에서 근무하며 제도가 무너지면 취약계층 주민들의 생명권부터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지역의료와 군 의료를 각각 담당하는 공보의와 군의관 수가 급감하면서 의료현장의 인력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대생들이 군의관·공보의 대신 현역병을 선택하는 흐름까지 뚜렷해지자 의료계에서는 36개월인 복무기간을 24개월로 줄여 심화하는 인력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김기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법제이사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현실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자신이 근무하며 겪은 섬 지역의 상황을 전했다.


민간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비연륙섬에서는 공보의가 일상적인 진료뿐 아니라 응급상황까지 책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거에는 최소 2명의 공보의가 교대로 근무하며 의료공백을 메웠지만 인력이 줄면서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김 법제이사는 “섬에서도 중증 외상이나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응급상황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며 “공보의 입대 인원이 급감하면서 섬 하나에 공보의가 한 명뿐이거나 아예 배치되지 못하는 곳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지역 응급의료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부족한 인력을 의료진의 사명감만으로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공보의 지원 감소가 계속된다면 의료취약지의 공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현실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공보의 감소세는 가파르다. 의과 공보의는 2010년 3363명에서 2025년 945명으로 15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군의관 역시 2023년 662명에서 2026년 225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의대생의 현역병 입영은 2020년 150명에서 2025년 1~8월 2838명으로 급증했다.


병역 선택이 달라진 배경으로는 복무기간 격차가 꼽힌다. 현역병 복무기간은 18개월까지 줄었지만 군의관과 공보의는 여전히 36개월이다. 군사교육 기간도 복무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의사 수련을 장기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역병으로 병역을 먼저 마치려는 의대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공보의 320명과 의대생 24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군의관·공보의를 희망하지 않는 이유로 ‘사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복무기간’을 꼽은 응답이 97.9%에 달했다. 지원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도 97.7%가 복무기간 단축을 선택했다.


이에 의료계가 제시하는 대안은 ‘24개월 복무’다. 한동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의협 학술이사)는 “군의관·공보의 수급 위기는 이미 현실화됐고 핵심은 과도하게 긴 복무기간”이라며 “24개월 단축이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24개월이라는 기간은 의사 수련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 정규 수련 선발이 매년 3월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복무기간을 몇 개월만 줄여서는 수련 복귀 시점이 어긋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복무기간 단축과 함께 공보의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보의를 단순한 병역 대체 인력이 아니라 지역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인력으로 보고 보수와 교육, 복무 이후 경력 인정 등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재일 대공협 회장 발표 자료.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박재일 대공협 회장은 “공보의를 단순한 병역 대체 인력이 아니라 지역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전문 의료인력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복무기간 현실화와 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전문직에 맞는 제도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복무기간 조정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민차영 보건복지부 지역의료인력양성과장은 “복지부는 군의관과 공보의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하는 데 적극 찬성하고 있다”며 복무기간 단축과 함께 처우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역시 군의관을 포함한 장교 복무기간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 김해인 국방부 보건정책과장은 “병사 복무기간이 단축되고 여건이 개선되는 동안 장교의 의무복무 기간은 동일하게 유지돼 왔다”며 “병역환경 변화를 고려해 군의관뿐 아니라 학군·학사 등 전체 장교의 복무기간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임종득 의원실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백종헌 의원실, 의협, 대공협,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공동 주관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축사에서 “군 의료는 2024년 의정갈등 이후 중대한 환경 변화를 맞고 있다”며 “군 의료인력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처우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적정 복무기간에 대해서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복무기간 현실화는 단순히 복무기간을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공보의의 안정적인 확보와 지역의료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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