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천 미추홀구 민선 9기, 무엇을 풀어야 하나] ①재개발은 넘치는데 원도심은 그대로

장현일 기자 (hichang@dailian.co.kr)

입력 2026.09.14 08:50  수정 2026.09.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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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곳곳 정비사업 추진…공사비·분담금 상승에 주민 부담 가중

“아파트만 새로 짓는다고 도시가 좋아지나”…도로·주차·학교·공원 등 기반시설 확충 시급

인천 미추홀구 위치도 ⓒ 인천 미추홀구 제공

인천 미추홀구가 재개발·재건축과 대규모 도시개발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 주거지와 좁은 도로, 주차난, 침체된 상권 등 원도심의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도시 경쟁력이 저절로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교통망과 생활SOC가 뒷받침돼야 하고, 상권과 일자리가 살아나야 주민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다.


결국 미추홀구의 과제는 ‘건물을 바꾸는 개발’에서 ‘사람이 머물고 돈이 도는 도시’로 전환하는 것이다.


본지는 재개발·재건축, 교통·주차, 상권·일자리 등 미추홀구가 풀어야 할 핵심 현안을 3회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주-


인천 미추홀구가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도시개편의 시험대에 올랐다.


14일 인천시와 미추홀구에 따르면 주안·도화·용현·학익·숭의동 등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과 대규모 주택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이 체감하는 원도심의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후 주거지 개선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사업 지연과 공사비 상승, 조합원 분담금 증가 등이 정비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미추홀구의 도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된 주택과 좁은 도로, 부족한 주차공간, 열악한 생활편의시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여기에 빈집과 노후 상권까지 겹치면서 원도심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은 이런 노후 주거환경을 개선할 가장 현실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실제 주안과 도화, 용현·학익 일대에서는 크고 작은 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 과거와 다른 도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이 많다’는 것과 ‘도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숭의동에 사는 김모(63)씨는 “몇 년째 재개발 이야기는 나오는데 우리 동네가 언제 실제로 달라질지는 모르겠다”며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된 골목길과 주차 문제부터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현5동 토지금고에 거주하는 한 모(67)씨는 “공사비가 오르면서 결국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돈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재개발을 한다고 해도 원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비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구역에서는 주민 갈등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속도가 늦어질수록 금융비용은 증가하고 이는 다시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추홀구처럼 노후 주거지가 광범위하게 분포한 지역에서는 사업성이 좋은 구역만 개발될 경우 지역 간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주민은 “큰 개발지역은 아파트도 새로 들어서고 주변 환경도 좋아지는데 몇 블록만 벗어나면 아직도 오래된 집들이 그대로”라며 “구청이 구 전체를 놓고 균형 있게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미추홀구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는 **‘재개발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아니라 ‘재개발에서 소외되는 지역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있다.


대규모 개발지역과 기존 원도심의 격차도 새로운 과제다.


용현·학익 등 대규모 개발지역에 신축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생활권이 형성되고 있지만 기존 주거지역의 도로와 주차장, 공원, 생활SOC 등이 그대로라면 지역 간 생활환경 격차는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비사업은 아파트 공급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도로와 주차장, 공원, 학교, 보행환경, 문화·체육시설 등 생활 인프라를 함께 확충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늘어나는 인구와 차량을 기존 도시 기반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아파트는 새로 지었는데 주변 도로는 그대로이고 주차난과 교통체증이 심해진다면 주민 입장에서는 개발의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물포역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최모(55) 씨는 “아파트가 들어오면 사람과 차가 늘어날 텐데 도로는 지금도 좁고 주차할 곳도 부족하다”며 “집만 새로 짓는 개발이 아니라 도로와 주차장까지 함께 계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선 9기 미추홀구가 도시개발 정책에서 인천시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청 자체 재정만으로 대규모 도시 인프라를 확충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추홀구는 재정 여건상 대규모 기반시설 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인천시와 정부의 재정지원, 각종 공모사업, 정비사업을 통해 확보되는 기반시설을 최대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인천시가 추진하는 제물포르네상스와 미추홀구의 도시개발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다.


제물포권 개발 효과가 숭의·도화·주안 등 미추홀구 원도심으로 이어지도록 교통과 상업, 문화 기능을 연결하는 종합적인 도시전략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민선 9기 미추홀구가 각 정비사업을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주안은 주안대로, 용현·학익은 용현·학익대로 개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구 전체의 도시공간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익동에 거주하고 있는 배모(67)씨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개발계획이 아니라 실제 생활이 편해지는 것”이라며 “10년 뒤가 아니라 지금부터 주민들이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추홀구의 재개발은 이제 단순히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 문제가 아니다.


인구가 줄고 상권이 쇠퇴하는 원도심에 다시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가 생기며 생활하기 편한 도시를 만드는 문제다.


따라서 민선 9기의 첫 번째 시험대는 정비사업의 속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개발의 혜택이 원도심 전체로 확산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재개발 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미추홀구의 도시 경쟁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실제로 달라진 도로와 주차장, 공원과 상권, 교통환경을 체감할 때 비로소 재개발의 의미가 생긴다.


인천 미추홀구청은 10년 뒤 미추홀구의 모습을 지금 결정해야 한다.


민선 9기가 ‘아파트 공급을 늘린 구청’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낡은 원도심의 구조 자체를 바꾼 구청으로 평가받을 것인지가 이제부터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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