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서 시진핑·푸틴 올들어 두번째 정상회담
시진핑 ‘세계 다극화’ 거론…‘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논의 가능성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하기 위해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를 방문한 시진핑{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타스/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가스관 사업 등 에너지 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창설 25주년을 맞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두나라 정상의 대면 회담은 지난 5월 푸틴의 방중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 간 만남은 올해 들어 2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세계 다극화'를 거론하며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러시아를 포함한 각국과 함께 상하이협력기구 발전 대계를 상의하고 싶다"며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혁을 이끄는 한편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를 추진하는 역량을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현재의 국제정세에 대해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이 명확히 늘어나고 있다"며 ”중·러 관계 발전의 기반이 더 견고해지고 발걸음은 더 확실해지며 전망은 더 밝아질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리 두 나라의 외교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하고, 협력은 모든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시행한 양국 간 상호 비자 면제 조치를 영구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산업, 우주, 교통·물류 등 분야에서 양국 간 주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며 이달 중순 중국 컨테이너선이 북극항로(NSR)를 따라 첫 정기 운항을 시작한 점, 상호 농산물 수출이 34% 증가한 점 등을 거론했다.
이날 회담의 핵심 현안은 ‘시베리아의 힘2’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북극권 가스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까지 약 2600㎞의 가스관을 건설해 연간 50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가스 시장을 상당 부분 잃은 러시아는 중국이란 대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지난달 28일 ”가스관 문제는 동방경제포럼 및 31일 회담 양쪽에서 모두 논의될 것“이라며 타결 여부는 말을 아꼈다. 동방경제포럼은 9월 1~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연례 포럼이다.
러시아 측에서는 외무·에너지장관과 국영 투자기관 RDIF,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 수장 등이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 공격과 서방 제재로 러시아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르티시강 북극 회랑’도 주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서부 신장에서 발원해 카자흐스탄을 거쳐 러시아 오브강으로 이어지는 이르티시강(길이 4248㎞)을 활용해 북극해로 나아가는 하천·해상 복합 루트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르티시 북극 회랑은 현재 중국의 북극항로가 지나는 85㎞ 베링해협이 유사시 미국에 의해 봉쇄될 경우 대체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는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거나 서방과 거리를 둬온 정상들이 대거 집결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상하협력기구 회원국이 아니지만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참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 미·중 패권 경쟁이 동시에 이어지는 가운데 비서방 진영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시 주석과 지난해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에, 푸틴 대통령과는 지난 1월 모스크바 회담 이후 약 8개월 만에 대면한다.
특히 1일 예정된 푸틴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회담은 미국과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첫 만남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을 통해 이란 남동부에 원전 4기를 건설하는 250억 달러(약 34조 2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전쟁 이후에도 일부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다음 달 인도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인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두 정상이 공식 석상에 함께 선 것은 지난해 8월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이후 약 1년 만이다.
튀르키예는 나토(NATO) 회원국이면서 2012년부터 상하이협력기구 대화 파트너로 참여해왔다. AP통신은 ”인도와 튀르키예 모두 상하이협력기구를 서방과 비서방 진영 사이에서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는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하협력기구는 중국·러시아가 주도하고 키르기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4국이 참여해 2001년 출범한 경제·정치 협의체다. 이후 회원국은 10개로 늘었다. 올해는 창설 25주년을 맞아 안보와 경제, 교통, 환경, AI 등 분야의 협력 문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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