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목표 단기간 달성 어려움…단계적 접근법 주장
한반도 정세 악화되기 전에 북핵 개발 현재 수준으로 우선 멈춰야
협상 대상으로 北 신뢰에 의문 여전…IAEA 사찰 거부 전례도
"北, 명목상 합의 문언 준수하면서 실질적 군비 증강 이어갈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SNS에서 읽을 수 있었던 건 '한미연합훈련'과 '한반도 비핵화'를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연일 과시했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고, 모든 상황을 거래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사안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소모품'처럼 대해졌다.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침략전쟁'이라며 꾸준히 비판해온 주제고,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보는 한미 일각에서 주장하는 군비통제 협상론과 궤를 같이한다. 군비통제 협상론자들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가 단기간에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단계적 접근법을 주장하고 있다. 불안한 한반도 안보 정세가 더 악화되기 전에 북한의 핵 개발 수준을 현재 수준으로 우선 멈추게(freeze) 한 뒤,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자는 논리다.
지난 21일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평화 체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군비 통제 등을 의제로 올려 협상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힘을 보탰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북핵·미사일 개발 '중단>축소>폐기' 3단계 해법 역시 이와 유사하다. 이들 논리의 밑바탕에는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십년간 세계 각국이 북한을 대상으로 한 군사적·경제적 제재가 실패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연장선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의 핵무기 57개 보유' 발언은 북한과의 군비통제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현재의 기준점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군비통제 협상론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협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당사자들간의 '신뢰'인데, 북한을 협상의 대상으로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불안은 여전하다.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북미 양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을 통해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앉아 군비통제에 합의하더라도, 북한은 주변국들에 의해 합의사항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지 검증받아야 한다. 이를 북한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과거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영변 핵 시설 특별사찰 요구를 거부하며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군사력을 비교할 수조차 없는 북미간의 군비통제 협상은 동등한 위치에서 이뤄질 수 없다는 점도 난제다. 전경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북미 군비통제 협상론의 한계와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북미간 군비통제 협상은 상호 등가 교환을 이루기가 매우 어렵고, 합의가 무기체계 전반을 포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위원은 "부분적 합의에 머무를 경우 북한이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은 군사력을 증강할 유인은 커지며, 비핵화로부터 더 이탈할 여지를 제공하게 된다"면서 "북한은 명목상 합의의 문언은 준수하면서, 실질적 군비 증강은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 연구위원은 "비핵화를 목표로 두지만 않는다면 북한과 쉽게 합의를 이루고, 한반도 안정에 기여하고, 북한을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다는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면서 "비핵화 목표에 대한 합의를 선결 조건으로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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