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서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 선회
그로서리·라이프스타일 분리
12월 분리 이후 후속 전략 설정은 과제
급변하는 이커머스 판도 속 성과 주목
SSG닷컴 CI. ⓒSSG닷컴
SSG닷컴이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인적분할해 신세계몰을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키면서 이커머스 사업 전략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분할은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업계의 관심은 SSG닷컴과 신세계몰의 향방에 쏠리고 있다. 사업 전문화를 내세운 이번 재편이 실제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라이프스타일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는 안을 의결했다.
오는 10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12월 1일 분할할 예정이다.
분할이 완료되면 존속법인 SSG닷컴은 그로서리 중심의 온라인 장보기와 기존 커머스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신설법인 신세계몰(가칭)은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육성한다.
SSG닷컴 관계자는 "신세계가 특화된 부분이 패션과 뷰티 같은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인 만큼 이를 분할해 버티컬 경쟁력을 고도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 재편이 주목받는 것은 SSG닷컴이 애초 '통합'을 성장 전략으로 출발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이마트의 신선식품과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상품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통합 온라인 플랫폼을 표방했다.
2019년 통합법인 출범 당시에는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외형 성장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SSG닷컴 매출은 2022년 1조7447억원에서 지난해 1조3471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2024년에는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0억원을 기록하고 영업손실을 전년 대비 29.4% 줄인 727억원까지 낮췄지만 지난해 영업손실이 다시 1178억원으로 확대됐다.
통합을 통해 기대했던 만큼 외형을 키우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을 나눠 각각의 강점을 살리는 '선택과 집중'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향후 SSG닷컴은 이마트의 점포와 물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그로서리에 무게를 싣는다.
기존 온라인 물류센터 역시 장보기 사업과 밀접한 만큼 존속법인 SSG닷컴에 남는다.
관건은 신세계몰이다. 신세계몰은 이번 분할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쇼핑 플랫폼이 아니다. 기존에도 SSG닷컴 내 별도 쇼핑 채널과 자체 앱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인을 별도로 떼어내고 패션·뷰티·명품 등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가 과제다.
특히 패션과 뷰티 시장에는 이미 전문성을 앞세운 버티컬 플랫폼들이 자리 잡고 있어 단순히 법인을 분리하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을 앞세운 버티컬 플랫폼들도 고전하는 상황에서 독립 법인으로 출범하는 신세계몰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W컨셉 로고. ⓒW컨셉
신세계몰의 경쟁력을 좌우할 또 다른 변수는 W컨셉이다.
현재 SSG닷컴의 자회사인 W컨셉은 오는 12월 분할 이후 신세계몰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신세계몰과 W컨셉 모두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만큼 양측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다만 사업 영역과 고객층이 일부 겹쳐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설정하지 못할 경우 자칫 내부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까지 두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고 시너지를 낼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은 정해지지 않았다.
W컨셉 관계자는 "12월 1일 분할 기일에 W컨셉이 신세계몰의 자회사로 편입되고 향후 전략 방향이나 상품, 조직 등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SSG닷컴이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는 사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구도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쿠팡이 주춤한 틈을 타 네이버가 시장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플랫폼도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종합쇼핑몰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쿠팡이 3357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알리익스프레스(962만명), 테무(859만명), 네이버플러스 스토어(837만명)가 뒤를 이었으며 SSG닷컴은 221만명으로 9위에 머물렀다.
특히 SSG닷컴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MAU 격차가 600만명 이상 벌어진 상황에서 SSG닷컴은 법인 분리와 함께 SSG닷컴·신세계몰·W컨셉 각각의 역할과 정체성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분할이 빠른 의사결정과 차별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재편 과정에서 투자와 마케팅 역량이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SSG닷컴과 신세계몰, W컨셉 각각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상품·고객·멤버십 등 기존 시너지를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이번 인적분할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의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사업을 나누는 것 자체보다 분할 이후 각 플랫폼의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하다"며 "각 플랫폼의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 기존 시너지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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