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가뭄 시달리던 한국 야구, 서광 내리쬐는 이유 ‘왜?’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8.21 08:20  수정 2026.08.21 08:21

투수 부문 WAR 톱10, 최근 가장 많은 5명 포진

곽빈 필두로 김진욱, 최민석 등 영건 투수들 급부상

롯데 김진욱. ⓒ 뉴시스

한국 야구가 최근 국제 대회서 고전했던 이유로 첫 손에 꼽혔던 ‘선발 투수 기근’에 모처럼 희망의 빛이 내리쬐고 있다.


그동안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만 열리면 늘 같은 고민에 빠졌다. 야구 월드컵이라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비롯해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가대표팀을 꾸릴 때마다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가 바로 선발 마운드였다.


한때 한국 야구는 2000년대 정민태, 구대성을 시작으로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이 국가대표 선발 계보를 이었고 이는 곧 국제 대회에서의 호성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선발 기근에 시달린 한국 야구는 이와 궤를 함께 하며 국제 대회 경쟁력을 잃었다.


지표를 살펴봐도 이 같은 흐름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스탯티즈 기준)를 살펴보면 최근 KBO리그 전체 투수 이 부문 톱10 안에 이름을 올린 토종 선발 투수의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로 최근 5년만 살펴봐도 2021시즌에는 고영표, 백정현, 원태인, 박세웅 등 4명, 2022시즌에는 안우진, 김광현, 고영표 등 3명으로 줄었다.


2023시즌에는 고영표와 안우진, 원태인, 박세웅까지 다시 4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어느 정도 체면을 세우는가 하더니 2024시즌부터는 2년 연속 원태인과 곽빈, 그리고 지난해 원태인과 임찬규 등 총 2명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토종 선발 투수층이 얇아졌다는 우려가 나올 만한 흐름이었다.


곽빈. ⓒ 두산 베어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양새다.


선두 주자는 역시나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곽빈이다. 곽빈은 올 시즌 KBO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 승리기여도 1위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순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수준을 넘어 국내외 투수들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고영표를 비롯해 김진욱, 최민석, 나균안까지 총 5명의 토종 선발 투수가 WAR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국내 선발 투수가 리그 최상위권에 포진한 것.


무엇보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가 고무적이다. 곽빈뿐 아니라 김진욱과 최민석은 새로운 토종 선발 자원으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나균안 역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여기에 구창모와 임찬규도 안정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어 한국 야구의 미래로 손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다양한 선수들이 활약해줄 경우 국제 대회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 야구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겪었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에이스는 있어도 두 번째, 세 번째 카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단기전에서는 한 명의 압도적인 투수만으로 한 경기를 잡을 수 있어도 대회 전체로 넓게 보면 결국 견고한 1~3선발 구축이 불가피하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KBO리그에서 나타나고 있는 토종 선발 투수들의 약진은 희망을 품기에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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