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전성기에 돌아온 벤츠 S-클래스, ‘세단의 맛’ 제대로 살렸다 [시승기]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8.21 17:00  수정 2026.08.21 17:00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S 450 4MATIC’ 시승기

짜릿함보다 편안함에 초점…오너 드리븐에도 부담 적어

부분변경에도 구성요소 절반 이상 손봐…가격은 1억 중후반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S 450 4MATIC’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넉넉한 공간과 넓은 시야, 활용성을 앞세운 SUV가 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세단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외제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플래그십을 찾는 소비자마저 SUV로 눈을 돌리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세단이 가진 가치는 여전히 분명하다. 5년 만에 돌아온 벤츠의 ‘더 뉴 S-클래스’는 그중에서도 세단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편안함’에 집중했다.


문제는 편안함과 주행감이 좀처럼 함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승차감을 부드럽게 다듬으면 움직임이 둔해지고, 주행 성능을 날카롭게 세우면 뒷좌석의 안락함을 놓치기 마련이다. 빠르고 화려하고 운전자를 흥분시키는 차는 많지만, 출발부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를 편하게 만드는 차는 흔치 않다.


이에 벤츠는 어느 한쪽을 과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전반적인 완성도를 고르게 끌어올리는 쪽을 택했다. 흠잡을 곳을 최대한 없애는 것. 지난 19일 직접 몰아본 S-클래스는 예상대로 부드럽고 조용했으며, 예상보다 운전하기 쉬웠다. SUV 전성기에도 S-클래스가 여전히 플래그십 세단의 기준으로 불리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S 450 4MATIC’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이날 강원 영월에서 횡성까지 이어지는 약 70km 구간에서 시승한 모델은 ‘S 450 4MATIC’이다. 부분변경을 거친 더 뉴 S-클래스의 스탠다드 휠베이스 모델로, 가격은 1억6240만원이다.


부분변경이지만 변화의 폭은 작지 않다. 벤츠는 차량 구성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약 2700개 요소를 새로 개발하거나 재설계했다. 디자인과 디지털 경험부터 편의·안전 사양, 주행 성능까지 차량 전반에 손을 댔다.


첫인상은 역시 ‘S-클래스’답다. 전장 5195mm, 전폭 1920mm, 전고 1505mm의 차체는 길고 낮게 뻗어 있다. 휠베이스도 3106mm에 달한다. SUV처럼 높이로 덩치를 과시하지 않아도 도로 위에서 충분한 존재감을 만든다.


전면에는 S-클래스 최초의 ‘일루미네이티드 그릴’과 ‘트윈 스타 디자인의 디지털 라이트’를 적용했다. 큼지막한 그릴과 보닛 위 삼각별까지 맞물리면서 멀리서도 S-클래스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S 580 4MATIC Long’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뒤태다. 새롭게 적용한 ‘시그니처 스타 테일라이트’에는 삼각별 그래픽을 반복적으로 넣었는데, 이전 S-클래스의 묵직하고 점잖은 인상보다는 다소 가볍게 느껴진다. 정면에서 느껴졌던 플래그십 세단의 위엄도 후면에서는 다소 옅어진다. 방향지시등 역시 디자인 안에 자연스럽게 녹였지만 점등 면적이 작아 낮에는 시인성이 다소 떨어져 보였다.


차에 올라타면 외관에서 느꼈던 아쉬움은 금세 잊힌다. S-클래스는 대형 세단답게 넉넉한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165cm 여성 운전자 기준으로는 앞좌석부터 여유가 상당하게 느껴졌다. 시트를 몸에 맞게 조절한 뒤에도 좌우와 다리 주변으로 공간이 넉넉히 남는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S 450 4MATIC’ MBUX 슈퍼스크린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이번 더 뉴 S-클래스에는 ‘MBUX 슈퍼스크린’과 자체 운영체제인 ‘MB.OS’도 적용됐다. 특히 내비게이션의 사용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전 순정 내비게이션은 국내 운전자 입장에서는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정도로 불편했지만, 이번에는 티맵 오토를 적용하면서 화면 구성과 경로 안내가 한층 직관적으로 바뀌었다.


평소 티맵에 익숙한 운전자라도 굳이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고 순정 시스템을 사용할 만한 수준이다. 화려한 화면과 각종 디지털 기능도 눈에 들어오지만, S-클래스의 진짜 장점은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 뒤 더 또렷해진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나간다’기보다 ‘미끄러진다’는 표현에 가깝다. 출발부터 힘을 과시하며 튀어나가지 않고, 페달을 밟은 만큼 차분하고 매끄럽게 속도를 붙인다.


승차감 역시 부드럽다. 도로의 자잘한 요철은 운전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대부분 걸러지고, 방지턱을 지날 때도 차체가 불필요하게 출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물렁한 느낌도 아니다. 차체는 평평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노면만 매끈하게 정리해준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S 450 4MATIC’ 실내 공간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흔히 S-클래스를 떠올리면 뒷좌석에 앉는 차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S 450 4MATIC은 운전석에서도 꽤 설득력이 있다. 스티어링 휠은 부담스럽지 않게 묵직했고, 차체도 운전자의 조작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짜릿하게 몰아붙이는 재미라기보다 힘들이지 않고 잘 달리는 데서 오는 만족감에 가깝다.


특히 정숙성이 인상적이다. 속도를 높여도 풍절음이나 옆 차선 차량의 주행음이 실내로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창문을 닫는 순간 바깥 도로와 차 안의 경계가 선명하게 갈리는 느낌이다.


반대로 ‘달리는 맛’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다소 얌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힘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운전자를 자극하거나 가속 페달을 더 밟게 만드는 종류의 차는 아니다. 모든 움직임이 편안함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정돈돼 있다.


무엇을 더 얹을지보다 탑승자가 불편하게 느낄 만한 것을 얼마나 덜어낼지 고민한 차. 조금 심심할 수는 있어도 흠을 잡기는 어렵다. SUV가 판을 치는 지금, 벤츠가 S-클래스를 플래그십의 정점에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 타깃

- 기본기에 충실한 ‘벤츠의 정석’을 원한다면

- 낮고 안정적인 세단 특유의 주행감을 선호하는 운전자


▲주의할 점

- ‘나’는 안보이지만 ‘남’은 답답할 수 있는 방향지시등

- 속도는 붙지만 ‘달리는 맛’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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