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HD현대 대산 석유화학 통합 조건부 승인…가격·공급 제한 5년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08.20 12:00  수정 2026.08.20 12:00

LDPE·EVA 사업자 4곳서 3곳으로…3사 판매점유율 각각 82%·95%

향후 5년 국내가격 제한·전 제품군 공급 의무…경쟁민감정보 공유 금지

ⓒ공정거래위원회

롯데케미칼과 HD현대의 대산 석유화학 사업 통합이 조건부로 승인됐다. 통합 이후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의 과점이 심화되고 가격 인상이나 저가 제품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향후 5년간 가격과 공급 등에 제한이 걸린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롯데대산석화,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이 석유화학 사업재편 '대산 1호'로 추진하는 기업결합에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기업결합은 HD현대케미칼이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이 HD현대케미칼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방식이다. 결합이 마무리되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 보유해 공동 지배한다.


이에 따라 대산 산업단지에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각각 보유했던 나프타분해설비(NCC)와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도 통합 운영된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시장은 LDPE와 EVA다. LDPE는 농업용 필름, 식품 용기, 전선 피복, 종이컵 코팅 등에 사용되는 합성수지다. EVA는 신발 밑창, 글루건, 태양전지 필름, 요가 매트 등에 쓰인다.


기업결합 이후 국내 LDPE·EVA 시장 사업자는 한화, LG, 롯데, HD현대 등 기존 4곳에서 한화, LG, HD현대 등 3곳으로 줄어든다.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3개 사업자가 약 50%, 25%, 25%씩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가 된다. 판매량 기준 3사의 합산 점유율은 LDPE 82%, EVA 95%에 달한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여수 1호' 사업재편도 변수로 지목됐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롯데케미칼을 매개로 LDPE·EVA 사업을 하는 HD현대케미칼과 여천NCC 사이에 지분연계가 발생하게 된다.


HD현대케미칼이 비교적 최근 시장에 진입한 사업자라는 점도 고려됐다. HD현대케미칼은 2021년 말부터 석유화학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판매해왔다.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온 사업자가 기존 사업자인 롯데케미칼과 결합하면서 새롭게 형성됐던 가격 경쟁 압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제품 공급 축소 가능성도 제기됐다. 통합 이후 제품군을 재편하면서 수익성이 낮거나 가격이 싼 일부 세부 제품의 생산을 중단할 경우 제품 선택지가 줄고 전반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매자 대부분이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라는 점도 문제가 됐다. 공급자가 3곳에 불과하고 납품처가 특정 제품 규격을 지정하는 사례도 있어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다른 거래처를 찾기 쉽지 않은 구조다.


경쟁업체 설비 가동률도 이미 95~100% 수준이어서 공급이 중단된 제품을 다른 업체가 대신 생산할 여력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가격과 공급을 직접 제한하는 시정조치가 부과됐다.


앞으로 5년간 LDPE·EVA 수출가격이 직전 3개월보다 오르거나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 국내가격 인상률은 수출가격 인상률을 넘을 수 없다. 수출가격이 떨어지면 국내가격도 수출가격 인하율 이상으로 내려야 한다.


기업결합 당시 생산하고 있던 모든 LDPE·EVA 제품군도 국내 수요자가 요청하는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 공급 조건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이어야 한다.


가격, 수량, 원가, 재고량 등 경쟁에 민감한 정보의 공유도 금지된다.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간 임직원 겸임 역시 제한된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HD현대케미칼로 옮긴 롯데케미칼 임직원이 다시 롯데케미칼로 복귀할 경우 1년 동안 LDPE·EVA 관련 부서에 배치할 수 없다. 관련 사업을 하는 계열회사 파견도 금지된다.


시정조치는 5년간 적용된다. 시장 상황 변화 등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번 기업결합과 별개로 통합 법인인 HD현대케미칼은 석유화학업계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와 상생협력도 추진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여수 1호 등 앞으로 이어질 석유화학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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