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특구 전력 급한데…전기본 토론 하루 전 ‘재생’ 빠졌다

정다운 기자 (sanae@dailain.co.kr)

입력 2026.08.19 17:46  수정 2026.08.19 19:05

재생에너지 후속 토론 미정…10월 정부안 마련

반도체·AI 전력수요 반영폭…송전망 구축 쟁점

19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부와 12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오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4·5차 대국민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사진은 강원 태백시 삼수동 해발 1303m 매봉산 바람의 언덕. ⓒ뉴시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정책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재생에너지 보급 논의가 5차 토론회 의제에서 빠졌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 24.7GW의 수요 반영폭을 두고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부와 12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오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4·5차 대국민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오전 10시 열리는 4차 토론회에서는 산업·수송·건물의 에너지원을 전기로 바꾸는 ‘전기국가 전환’을 다룬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되는 5차 토론회에서는 메가프로젝트를 반영한 2040년 ‘전력수요 재전망’을 논의한다.


당초 5차 토론회에서 함께 다룰 예정이었던 재생에너지 보급전망은 행사 하루 전 별도 토론회로 연기됐다.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 보급을 한 자리에서 다루기에는 내용이 많은 만큼 재생에너지 분야는 별도 토론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취지다.


후속 토론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 관련 논의를 거쳐 오는 10월에는 12차 전기본 정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메가특구 전력 공급이 시급한 상황에서 행사 하루 전 의제가 바뀌자 전기본 수립 과정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현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지난 4월 수요전망 토론회를 열었지만 두 달 뒤 메가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다시 수요를 논의하게 됐다”며 “토론회 주제까지 하루 전에 바꾸는 것을 보면 전력계획이 즉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준비 부족 비판과 별개로 메가프로젝트 전력 공급을 위한 논의는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늘어난 전력수요를 실제 최대전력에 얼마나 반영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공개된 잠정안에서 2040년 최대전력 수요는 131.8~138.2GW로 제시됐다. 정부는 이후 2035년까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를 18.4GW로 전망하고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의 메모리 팹 4기에는 6.3GW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계획상 필요전력 24.7GW 전부가 최대전력 수요에 반영될지는 불확실하다. 일부 데이터센터의 투자계획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는 데다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도 첫 번째 팹 이후 건설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요를 과도하게 잡으면 발전·송전설비 과잉투자 우려가 커지는 반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전망하면 전력 공급이 늦어져 반도체 팹 건설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인천 서구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뉴시스

아울러 정부가 2040년 석탄발전 중단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석탄 대체전원을 비롯해 재생에너지·원전의 적정 비중과 신규 원전 필요성 등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요를 낮게 전망할 경우 부족한 전력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건설 기간이 짧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에는 기상이나 시간대와 관계없이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펌 파워’(Firm Power)가 필요한 만큼 안정적인 전원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논의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수요를 과소 예측하면 부족분을 빠르게 메우기 위해 LNG가 들어간다”며 “장기적으로 과소 예측이 값비싼 전원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에는 24시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펌 파워’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타당성보다 시급성이 중요한 만큼 원자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전망 확충도 이 논의의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한국전력의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이 메가프로젝트 발표 전에 마련된 만큼 2038년까지 예정된 72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에 추가 수요를 어떻게 반영할지가 관건이다.


송전망 확충에 앞서 기존 발전설비의 활용 여력을 따지고 발전·송전계획을 함께 맞출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범석 제주대 전기에너지공학부 교수는 “기존 LNG 설비의 활용도를 높여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발전·송전계획이 따로 가면 계통 접속이 불확실해 투자가 어렵다”고 말했다.


송전선로 입지를 둘러싼 주민수용성 확보 방안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는 기존 철탑 복층화 등을 통해 신규 철탑을 약 4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마을 인접 구간은 최대한 지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모든 구간을 지중화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고 일부 지역만 적용하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지중화 원칙도 논의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은 “모든 구간을 지중화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송전철탑을 최대한 줄인다는 전제 아래 지중화의 기본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그래야 추가적인 논쟁과 지역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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