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언에 한미연합연습 축소?…"훈련 부족하면 軍 대비태세 강화 안돼"

이바름 기자 (right@dailian.co.kr)

입력 2026.08.19 05:00  수정 2026.08.19 05:14

2018년 트럼프 발언으로 UFS 연습 28년 만에 중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적인 '한미연합연습 축소' 발언은 결국 부침을 겪고 있는 이란전에 대한 한국의 군사적 지원 요구, 대미 투자 압박 등이 이유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규모가 축소된 상황에서 크고 작은 훈련들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연습(UFS) 개시 당일인 17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연습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전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썼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의 협조 요청을 '트럼프식 화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한국에 군함 파병을 요청해왔지만, 우리 정부는 "실질적 기여"라는 표현을 써가며 에둘러 거절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글을 게시한 직후 청와대는 "정부는 이란에서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 참여해 왔고,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 제반 요인을 감안해 실질적, 군사적 기여 방안을 미 측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즉각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군사적 기여 방안"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미온적인 대미 투자에 대한 불만도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측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한국에 대한 미국 행정부 전반의 경제적 불만에서도 비롯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한·미정상회담 계기 미국과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계획을 제시하고,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었다. 한국은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를 조선업 투자에 배정했지만, 나머지 2000억 달러의 투자처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불만이 한미연합연습 축소로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을지프리덤실드·UFS) 연습 둘째날인 18일 경기도 동두천시 미군 기지에서 장병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도 CSIS 긴급 화상 좌담회에서 "트럼프의 특징은 모든 것을 거래적으로 본다는 점"이라며 "(한국이) 1차 (대미) 투자를 발표하기만 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 발언을 계기로 이미 축소된 한미연합연습 규모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가 17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하는 UFS 연습 가운데 대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FTX)은 14건으로 지난해 17건보다 줄어들었다.


중대급 이상 FTX는 연중 분산 시행할 계획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기점으로 이들 훈련 규모나 시행 여부가 변경될 가능성이 생겼다. 한미연합연습은 크게 3월 자유의 방패(FS) 연습과 8월 UFS 연습 등 두 차례 진행되는데, 그 외에도 기갑, 보병, 헬기, 의료 등 분야별로 매년 100차례 넘는 연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반응에 따라 한미가 발맞추고 있는 많은 훈련들에 대한 '수술'이 이뤄질수도 있다. 미국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와 관련해 "군통수권자의 지시 이행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이행작업에 착수했다는 의미로 읽히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인 2018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향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엄청난 돈을 절약할 수 있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해 8월 시행 예정이었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은 28년만에 중단됐고, 이듬해부터는 3대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Key Resolve) 연습과 '독수리훈련'(Foal Eagle)까지 모두 멈췄다. 실기동훈련이 포함된 한미연합연습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인 2022년에서야 부활했다.


한미연합 훈련의 축소는 우리 군이 내세우는 '군사대비태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무력도발 등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비태세를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FS나 UFS를 비롯해 키리졸브 훈련, 독수리훈련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미 연합군이 실전 같은 훈련을 도외시하고서 여러 훈련을 축소·중단하게 될 경우 이러한 대비태세가 약화될 우려가 제기된다. 반대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수만여 명을 파병하며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국방부 차관을 역임한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군은 항상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하는데 훈련이 부족하면 대비태세는 강화되지 않는다"며 "(우리 정부가 이란에) 군을 파견할 수는 없겠지만, 청해부대의 작전 영역을 넓힌다던가, 경제적 지원을 한다던가 하는 방안들이 모색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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