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평화공존 정책 여론 악화 우려에
통일부 "민간에서의 공론화 과정 지켜볼 것"
"문서 호칭 변경도 부처간 용어 통일도 없어"
북한연구학회 공론화 추진…11일 특별세미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통일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방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안하며 공론화에 나섰다. 다만 이 대통령이 논란과 반발 가능성을 우려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면서 통일부는 당분간 정부 차원의 호칭 변경을 추진하기보다 민간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여론을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10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북한 호칭 변경 공론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통일부는 관련 이슈에 앞서나가지 않을 것이며 학회, 종교단체 등 민간에서의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5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북한을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는 것을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의 첫걸음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은 뒤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공존 정책 자체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을 우려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정 장관은 통일부의 당초 입장이 '선(先) 공론화'였다고 해명했다. 정 장관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 차담회에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시간이 압축되다보니 공론화를 한 뒤에 하겠다는 말이 빠져서 마치 통일부의 방침이 정해진 것처럼 보도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통일부가 '국민 여론이 성숙화된 이후에 하겠다'고 설명을 했다"고 덧붙였다.
남북관계 원로들은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문제 자체가 논란이 될 사안은 아니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남북 간 공식 문건에서 양측의 국호가 사용돼 온 사례가 100건이 넘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 전 장관은 정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최한 평화통일고문회의 차담회에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명시돼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조선'이라는 말을 쓰자고 하는 것이 새로운 것처럼 느껴지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국민들의 생각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 호칭을 바꾸는 것만으로 평화공존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쪽이 싫어하는 얘기를 계속하면서 이름을 불러줘봤자 효과가 없다"면서 '비핵화' 언급을 하는 한 북측 입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칭호를 백번 불러봤자 적대행위를 하는 국가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당분간 '선 공론화'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전망이다. 통일부는 보도자료나 정부 문서 등 공식 문서에 북한 호칭 변경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외교부·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용어 통일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지 묻는 질문에도 선을 그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업무보고 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통일부도 호칭 변경을 앞서나가기보다는 민간 중심으로 공론화 과정이 있을 것이므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며 "정부가 관련 문제를 주도하는 건 당분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북한연구학회는 오는 11일 북한 국호 사용 문제를 다루는 특별 세미나를 개최해 관련 논의의 공론화에 나설 예정이다. 세미나에서는 북한 국호 사용 문제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언론인들은 언론 3단체가 1995년 '조선'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자고 약속했던 보도제작준칙을 놓고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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