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온열질환자 2200명 넘어…65세 이상 환자 3명 중 1명
폭염 속 탈수 방치하면 열사병·부정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갈증 느끼기 전 수분 섭취하고 한낮 야외활동 자제해야”
서울과 경기도 곳곳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4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체감온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장마가 끝난 뒤 전국적으로 강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감을 주는 수준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온열질환뿐 아니라 심뇌혈관질환과 부정맥 위험까지 높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온열질환, 참을수록 위험 커진다
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전국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사망자 2명을 포함해 총 186명으로, 올해 하루 기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전국 500여곳의 응급실에서 온열질환 감시체계 가동 이후 누적 환자는 2221명, 사망자는 19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환자 가운데 남성은 76.7%로 여성(23.3%)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33.8%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질환별로는 열탈진이 61.5%로 가장 많았으며, 열사병(16.8%), 열경련(11.5%), 열실신(8.9%) 순으로 나타났다.
온열질환은 과도한 열에 노출돼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초기에는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 피로감, 근육경련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면서 열탈진이 열사병으로 악화돼 의식 저하와 장기 손상,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열사병은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고 의식 저하가 동반되는 가장 치명적인 온열질환이다. 빈맥과 저혈압, 심한 두통, 오한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적절한 치료가 늦어지면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열탈진은 과도한 발한으로 인한 탈수와 전해질 소실이 원인이며, 열경련은 염분 부족으로 팔·다리·복부 근육에 경련이 생기는 질환이다.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멈추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몸을 식히며, 전해질이 포함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열경련은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마사지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호전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김정윤 고려대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의식이 또렷하면 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조금씩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의식이 흐려지거나 체온이 높고 말과 행동이 평소와 다르다면 열사병을 의심해야 한다”며 “이때는 억지로 물을 먹이기보다 즉시 119에 신고해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온열질환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지만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참을수록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며 “폭염 시에는 자신의 몸 상태를 자주 살피고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더위를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폭염 속 나타나는 ‘부정맥’ 경고 신호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의 위험은 온열질환에만 그치지 않는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심뇌혈관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함께 늘어나는데, 특히 부정맥은 더위와 탈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평소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심부전을 앓고 있는 환자는 물론 건강한 젊은 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더운 날씨에 많은 땀을 흘리면 혈액 속 수분이 줄어 혈액량과 혈압이 떨어지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면서 자율신경계의 균형도 흔들린다. 이 과정에서 심장의 전기 신호가 불안정해져 심방세동이나 빈맥 같은 부정맥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고령자나 이뇨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탈수가 쉽게 진행되는 만큼 여름철 수분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부정맥은 심장이 정상적인 리듬을 유지하지 못하고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또는 불규칙하게 뛰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과 불규칙한 맥박이며,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흉통, 피로감이 동반될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의식을 잃는 실신은 심장성 부정맥의 중요한 경고 신호로 꼽힌다.
온열질환과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탈수를 막고 체온 상승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물을 자주 마시고, 폭염이 심한 시간대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외출 시에는 밝고 헐렁한 옷을 입고 모자나 양산으로 햇볕을 가리며, 냉방과 환기를 통해 실내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영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부정맥은 단순한 두근거림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심정지와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라며 “폭염으로 탈수와 자율신경계 변화가 심해지는 여름철에는 반복되는 두근거림이나 실신, 흉통, 호흡곤란이 나타난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신속히 전문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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