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무현의 부산서 정청래 '의리'·김민석 '포용'·송영길 '정책' 맞대결

데일리안 부산 = 김주혜 기자 (jhaefthr@dailian.co.kr)

입력 2026.08.02 20:00  수정 2026.08.02 20:00

정청래 연설 뒤 지지자 상당수 이석

"HBM 송영길" 농담에 웃음·박수

金, 18년 공백 회고한 뒤 정치적 복권 강조

송영길, 정청래, 김민석(기호순) 당 대표 후보가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손뼉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더불어민주당 부산 순회경선이 열린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3층 입구에서는 당대표 후보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가 쉼 없이 맞부딪혔다. 한쪽의 연호가 커지면 다른 쪽에서도 질세라 목소리를 높였다. 통로 양쪽에 도열한 지지자들은 행사장을 찾은 당원들에게 피켓을 건넸고, 선거운동 물품은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일제히 회수됐다.


벽면에 걸린 포스터부터 세 후보의 승부 전략은 갈렸다. 송영길 후보는 '당정일치·총선필승 원팀대표', 정청래 후보는 '더 강력한 개혁당대표', 김민석 후보는 '든든한 당대표'를 내걸었다. 정 후보 지지자들은 노란 바람개비와 '당원이 주인이다' 깃발을 흔들었고, 김 후보 지지자들은 숫자 3이 적힌 손가락 모양 팻말을 치켜들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순회경선에 앞서 지지자들과 인사 중이다. ⓒ데일리안 김주혜 기자

일부 지지자는 상대 진영을 향해 손가락질했고, 다른 쪽에서는 "조용히 하라"는 목소리가 맞받아쳤다. 사회자가 비난과 야유를 자제해달라고 거듭 당부했지만 신경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당대표 후보 중 가장 먼저 나선 정 후보는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올린 채 "정청래" 연호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그는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다"며 검찰개혁 완수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고 외쳤다. 앞줄의 지지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김 후보를 향해 "그날 밤 누구 편이었느냐"며 "의리를 지킨 사람은 또 의리를 지키고, 한번 배신하면 또 배신한다"고 하자 분위기는 더 거칠어졌다. 정 후보 측에서는 환호가 터졌지만 반대편에서는 야유가 섞였다.


정 후보가 "어제 충청권에서는 졌다. 그러나 오늘은 이길 것"이라며 "조직은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외치자 손가락 두 개가 객석 위로 일제히 올라왔다.


의원 줄세우기와 신천지 의혹까지 공세를 이어가자 지지자들 사이의 말다툼도 커졌다. 연설을 마친 정 후보가 만세를 하자 앞줄 지지자 수십 명은 박수를 치며 한꺼번에 출구로 향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순회경선에 앞서 지지자들과 인사 중이다. ⓒ데일리안 김주혜 기자

뒤이어 나선 송 후보는 "오늘 부산에 오기 전 대우건설 사장과 통화했다"며 가덕도신공항 조기 착공을 약속했다. 이어 AI 시대 전력 부족과 반도체 생산시설, 부동산과 증시 문제를 차례로 꺼냈다.


"제 머리가 커서 메모리 용량이 많다. HBM 송영길이다."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정 후보가 '의리'를 앞세웠다면 송 후보는 세 사람 중 가장 많은 지역·경제 현안을 쏟아냈다.


마지막 순서인 김 후보는 마이크를 조정한 뒤 단상 앞으로 걸어 나와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는 "24년 전 김민석은 잘나갔다"는 말로 18년간의 정치적 공백과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과의 화해 과정을 풀어냈다.


차분했던 목소리는 후반으로 갈수록 커졌다. 김 후보가 "부산의 아들, 한번 아들은 영원한 아들"이라며 "민주당의 적자가 돌아왔다"고 외치자 지지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민석" 연호가 행사장 안을 길게 채웠다.


손을 맞잡고 시작한 부산 연설회였지만, 마지막까지 객석에 남은 것은 서로 다른 후보의 이름을 외치는 함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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