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이익·윤활기유 마진 상승에 2분기 실적 호조
일회성 걷힌 하반기 SK온 원가 절감 성과가 관건
SK온 고정비 낮추고 ESS 확대해 수익성 개선 추진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설치된 부유식 복합생산설비(FPSO)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올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중동발 공급 차질과 유가 상승이 정유·윤활유 실적을 이끈 가운데 적자를 이어오던 배터리 사업까지 흑자로 돌아선 결과다.
다만 이번 실적에는 1조원이 넘는 재고 관련 이익과 고객 보상금 등 일회성 요인도 섞여 있다. 외부 시황의 도움을 받은 2분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SK온의 비용 구조 개선과 생산라인 재편이 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재고 효과·윤활유 호조가 끌어올린 2분기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9조1572억원, 영업이익 3조4873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9.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2분기 이익을 크게 끌어올린 것은 중동 정세 변화였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경쟁사 공급 차질로 윤활기유 마진이 상승했고,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정유 부문에서는 대규모 재고 이익이 발생했다.
저가법 영향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의 전사 재고 관련 이익은 1조1949억원으로 집계됐다. SK에너지가 5623억원, SK인천석유화학이 4469억원을 차지했다.
SK에너지는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3월 평균 배럴당 128달러까지 상승했던 두바이유가 6월 79달러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장부상 재고 평가는 누적으로 반영된다”며 “2분기에도 5600억원 수준의 재고 관련 이익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정유 사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6512억원이었다. 재고 효과가 실적을 받쳤지만 5~6월 일부 설비의 정기 보수와 분기 말 유가 하락으로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6320억원 감소했다.
윤활유 사업을 담당하는 SK엔무브는 정유와 반대 흐름을 보였다. 중동 지역 경쟁사의 공급 차질로 고급 윤활기유인 그룹Ⅲ 마진이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5034억원 증가한 691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회사는 현재의 호황이 장기간 이어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SK엔무브는 “현재 그룹Ⅲ 윤활기유 업황은 매우 우호적”이라면서도 “업황의 지속 기간과 이익 기여 수준은 지정학적 변수와 시장 수급, 경쟁사의 운영 정상화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SK온 흑자 전환…EV 라인 ESS로 돌려 체질 개선
SK온 미국 테네시공장 전경 ⓒSK온
이번 실적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SK온의 흑자 전환이다. SK온의 배터리 사업은 2분기 영업이익 8218억원을 내며 적자에서 벗어났다. 아시아 지역 판매 확대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증가, 고객 보상금 등이 반영된 영향이다.
고객 보상금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있었지만, SK온은 이를 제외해도 원가 절감에 따른 손익 개선이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SK온은 “2분기에는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원가 절감 활동을 통해 전분기 대비 손익이 개선됐다”며 “공급사 다변화와 밸류 엔지니어링, 수율 및 손실 개선, 재고 관리 강화, 자동화와 인공지능(AI) 기반 운영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포드와의 합작 구조 해소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본격화한다. SK온은 블루오벌SK 합작법인 종료 절차를 완료하고 기존 테네시 공장을 단독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3000억원의 감가상각비와 2000억원의 이자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부진에 맞춰 생산시설의 용도도 바꾼다. AI 데이터센터와 친환경에너지 확대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일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SK온은 “일부 EV 라인을 ESS 라인으로 전환하고 ESS 수주를 확대해 기존 생산능력과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유 사업 역시 단기 시황 대응을 넘어 공급망 재편에 나선다. 중동 정세 악화 전 70%를 웃돌던 SK에너지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최근 50% 미만으로 낮아졌다. 줄어든 물량은 미국과 캐나다, 아프리카산 원유로 대체했다.
다만 가격과 설비 효율성을 고려하면 중동산 비중을 급격히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SK에너지는 “중동 의존도를 단기간에 크게 바꾸기는 어렵지만 조달 안정성을 고려한 변화는 있을 수 있다”며 “정부의 원유 도입 다변화 정책에 맞춰 설비 보완 투자와 다변화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하반기 실적의 관건은 2분기 호실적에서 시황과 일회성 효과를 걷어낸 뒤에도 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단기적으로 원가 절감과 물량 회복을 통해 분기 손익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궤도에 진입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수주 확대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의 질적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