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중 돌아가는 세제 발표 시계…李 없이도 속도내는 정부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7.30 05:30  수정 2026.07.30 07:50

재경부 중심 개편안 논의…다음달 초 발표 목표

장특공제 보유기간 공제 폐지 검토

종부세는 세율 대신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유력

이재명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한 호텔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제라우두 아우키민 브라질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남미·독일 5개국 순방 중인 가운데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를 위한 정부의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발표 절차와 실무는 재정경제부가 주관하고 있어, 대통령 부재와 무관하게 준비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부동산 대책이나 세제 개편 발표 때 관례적으로 재경부 장관(부총리)이 총리,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함께 브리핑을 진행해온 만큼, 이번에도 공식 발표는 재경부가 주관할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실 관계자는 2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세제 실무는 재경부가 담당하고 있어 관련 문의는 재경부를 통해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며 "부동산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도 통상 재경부와 총리실이 국토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브리핑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지난 23일 대통령 주재 1차 부동산 대토론회와 지난 27일 총리 주재 2차 토론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개편안을 짜고 있다. 23일 토론회에서 세제 분야를 발제한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관련 쟁점을 짚으며, 30억원짜리 주택 한 채보다 10억원짜리 주택 세 채를 가진 경우 종부세가 더 높게 적용되는 현행 제도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27일 2차 토론회에서도 초고가 거주형 1주택에 대한 종부세 공제 한도 설정 등이 재차 논의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다음달 초 세제 개편안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제개편 방향은 상당 부분 윤곽이 드러났다. 28일 재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1세대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가운데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3년 이상 보유한 1세대 1주택자에게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따라 각각 연 4%씩 공제를 적용해, 10년 이상 보유·거주하면 각각 최대 40%씩 합쳐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중 '보유기간' 공제를 없애거나 축소해, 실제 거주하지 않고 자산가치 상승만 노린 '똘똘한 한 채' 보유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방향을 살펴보고 있다.


거주기간 공제에는 상한을 두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양도차익에 공제율을 곱하는 구조라, 보유·거주기간이 같아도 양도차익이 큰 초고가 주택일수록 공제 금액이 커진다. 정부는 거주기간 공제액에 상한을 둬 초고가 주택에 혜택이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상한 수준으로 10억원대가 거론되지만 구체적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에 일정 부분 한도를 둬야 하는 것 아닌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초고가 기준을 얼마로 할지 논의 중이기 때문에 그 기준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 한도를 두는 것이 적절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종합부동산세는 세율 인상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 유력한 카드로 거론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액을 뺀 금액 중 실제 과세표준에 반영하는 비율로, 현행 주택분 비율은 60%다. 이 비율을 올리면 세율을 그대로 둬도 과세표준이 커지면서 실질 세 부담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종부세율 조정은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법이 정한 60~100% 범위 안에서 시행령 개정만으로 조정할 수 있어 정부가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재경부 관계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살펴보고 있다"며 "이 역시 초고가 기준과 연관된 문제로, 비율을 얼마까지 가져갈지는 세 부담을 어느 정도로 할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13억원대로 올리는 방안, 보유 주택 수가 아닌 자산 합산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안 등도 거론돼왔다. 다만 재경부는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방식과 한도, 초고가 주택 기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폭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순방 일정과 발표 시점이 겹치는 점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다음 달 3일 귀국 예정으로, 재경부가 목표로 하는 '다음 달 초' 발표 시점과 맞물린다. 세제개편 실무와 발표 절차는 재경부가 주관하는 구조인 만큼, 대통령 부재 상태에서도 총리와 부총리 선에서 세부안 조율과 발표 준비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관계자는 "재경부를 주축으로 대통령 순방 여부와 관계없이 실무 조율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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