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남미로 원유길 넓혔지만…K-정유, '탈중동'은 아직?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7.28 14:53  수정 2026.07.28 14:53

공급 불안에 국내 정유사, 비중동산 원유 잇달아 도입

6할은 여전히 중동서 공급, 설비·수송비 부담은 과제

여수산업단지 DL케미칼 공장 ⓒDL케미칼

중동발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짐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이 호주·남미 등으로 수입처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수입의 60% 가까이를 중동산이 차지하고 있고, 국내 정제 설비와 운송비 구조도 이를 대체하기에 불리해 실질적인 도입선 다변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2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원유 수입 비중은 ▲중동 59.7% ▲북미 25.6% ▲아시아 6.9% ▲아프리카 6.9% ▲유럽 1% 등으로 집계됐다. 중동산 비중은 지난 2월 69.5%에서 약 10%p 낮아졌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홍해 등 주요 해상 수송로의 위험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중동 밖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도 원유 수급 상황을 점검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8월 도입 물량을 전년 동기 이상 확보했고, 9월분도 90% 넘게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업계와도 공급망 변동 상황을 공유하며 추가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호주에서 직접 확보한 물량을 국내로 들여오며 원유 수입처 다변화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 E&S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초경질유 30만 배럴을 다음달 초 인천항을 통해 들여올 예정이다. 국내 민간 기업이 해외 자원 개발을 통해 확보한 초경질유를 직접 도입하는 첫 사례다.


현재 SK이노베이션 E&S는 바로사 가스전 지분 37.5%를 보유하고 있다. 가스전에서 연간 생산되는 초경질유 300만 배럴 가운데 SK 몫은 약 110만 배럴이다. 이번 물량은 SK인천석유화학 전용 설비에 투입해 나프타를 추출하고, 파라자일렌(PX)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데 활용된다.


GS칼텍스도 지난달 베네수엘라산 원유 11만 배럴을 국내에 들여왔다. 국내 업체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도입은 2006년 이후 약 20년 만이다. 정제 과정에서의 경제성과 제품 수율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 도입 성격으로, 향후 결과에 따라 추가 수입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지난달 노르웨이산 원유 70만 배럴을 도입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베네수엘라산 원유 도입을 위한 경제성과 정제 가능성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비중동산 원유 도입 확대를 본격적인 대체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규 유종의 경제성과 정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 물량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중동산 비중이 낮아졌지만 국내에 들어오는 원유 10 배럴 가운데 6 배럴은 여전히 중동에서 공급된다. GS칼텍스의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시험 물량이고, SK이노베이션 E&S가 도입하는 물량도 일반 원유보다 나프타 함량이 높은 초경질유다.


정유 설비의 구조도 수입처 다변화의 걸림돌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중질·고유황 원유를 고도화 설비에 투입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다른 지역의 원유도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밀도와 황 함량이 달라지면 설비 활용도와 제품 수율이 낮아질 수 있다. 경질 원유 투입을 늘리면 나프타와 휘발유 생산 비중은 높아지는 반면, 경유와 항공유 생산은 감소할 수 있어 기존 수출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을 준다.


수송비도 부담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우리나라 중동산 원유 의존 배경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산 원유의 수송 단가는 배럴당 1.87 달러로 중동 이외 지역 평균인 2.99 달러보다 1.12 달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원유 수송비와 비교하면 배럴당 2.06 달러 저렴했다. 중동에서 동아시아까지 운송 기간도 약 20일로 상대적으로 짧았다.


KIEP 연구진은 “단기적으로는 경제성보다 공급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며 “중기적으로 새로운 도입처 발굴을 추진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믹스 전환과 정유 설비 체질 개선을 병행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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