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 가는 삼성, 깊게 묶는 SK…엇갈린 AI 빅테크 공략법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7.27 11:41  수정 2026.07.27 11:41

삼성, 브로드컴·오픈AI 등으로 협력축 다변화

SK, 엔비디아와 HBM 넘어 AI 데이터센터까지 결속

최태원 SK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미국 빅테크와 인공지능(AI) 협력을 확대하면서 각기 다른 전략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생성형 AI 등 사업 영역에 따라 협력 대상을 넓히고 있는 반면 SK는 최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고객인 엔비디아와 차세대 메모리부터 AI 데이터센터까지 협력 범위를 깊게 연결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브로드컴과 2030년까지 2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 협력을 발표했다. SK그룹도 엔비디아와 차세대 AI 메모리 장기 공급·공동개발, 최대 2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포함한 5000억달러 이상의 협력 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가 브로드컴과 구축한 협력 체계는 단순한 메모리 공급 계약을 넘어선다. 브로드컴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HBM 등 첨단 메모리를 공급하는 동시에 2나노미터 이하 파운드리 공정과 첨단 패키징으로 주요 반도체 제품의 생산을 지원한다.


브로드컴은 글로벌 빅테크의 맞춤형 AI 가속기 개발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이다. 빅테크들이 자체 AI 칩 개발을 확대하면서 범용 GPU 외에 주문형 반도체 시장도 커지는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엔비디아 중심의 HBM 경쟁을 넘어 새로운 AI 반도체 수요처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협력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각각 따로 수주하는 방식이 아니라 브로드컴의 AI 반도체 개발 단계부터 삼성전자의 제조 역량을 폭넓게 결합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기업으로서의 강점을 앞세워 맞춤형 AI 칩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넓힐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최근 미국 행보도 이러한 파트너 다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회장은 방미 기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혹 탄 브로드컴 CEO와 접촉한 데 이어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를 찾아 샘 올트먼 CEO와 별도로 회동했다.


오픈AI와는 AI 인프라에 필요한 첨단 메모리 공급과 데이터센터 구축, 삼성전자 내부의 생성형 AI 도입을 아우르는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오픈AI의 글로벌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첨단 D램을 공급하는 전략적 메모리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삼성SDS는 AI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오픈AI의 최대 글로벌 기업 고객 가운데 하나로, 국내 전 임직원과 전 세계 디바이스경험(DX)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AI 코딩 도구 코덱스를 도입한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는 첨단 메모리와 AI 인프라 역량을 제공하고 내부 업무에는 오픈AI 서비스를 활용하는 양방향 협력 구조다.


SK의 전략은 삼성과 결이 다르다. 여러 빅테크로 협력 대상을 넓히기보다 최대 HBM 고객인 엔비디아와의 관계를 차세대 메모리 공동개발과 대규모 AI 연산 인프라 구축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를 장기간 공급하고 공동 개발하는 데 더해 SK텔레콤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맡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비롯한 차세대 AI 메모리를 장기간 공급하고 제품 개발 단계부터 협력한다. AI 모델 학습뿐 아니라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에 필요한 차세대 메모리까지 공동 개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 DSX' 시스템과 SK하이닉스의 HBM4를 활용해 최대 2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해 국내외 기업에 AI 연산 자원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HBM 공급에서 그치지 않고, 해당 메모리가 탑재된 AI 시스템을 그룹 내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다시 연결하는 구조다. 하이닉스의 메모리 경쟁력과 텔레콤의 통신·데이터센터 역량을 묶어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AI 인프라 전반으로 넓히는 셈이다.


이 같은 차이는 양사가 보유한 사업 구조에서 비롯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부터 파운드리·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종합반도체 역량을 앞세워 다양한 AI 칩 설계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SK는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과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 역량을 결합해 핵심 고객인 엔비디아와 메모리 공급부터 AI 연산 인프라까지 공동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양사의 AI 경쟁도 삼성의 고객 다변화가 반도체 수주로, SK의 수직 확장이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이어지는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향후 각 사의 경쟁력도 삼성의 고객 다변화가 실제 반도체 수주로, SK의 수직 확장이 AI 인프라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지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