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AI 지분 13.61%로 확대
주가 조정 틈타 1666억원 투입
장내 매수로 2대 주주 입지 강화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한화
한화가 KAI 주가 조정기를 틈타 지분 매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두 달 만에 보유 지분을 5%대에서 13%대로 끌어올린 데 이어 연말까지 15%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최대주주에 오르기는 어렵지만 향후 수출입은행이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 한화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자체 자금 1666억원을 투입해 KAI 주식 113만547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한화시스템의 KAI 지분율은 1.53%에서 2.70%로 1.17%p 높아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한 9.90%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의 1.01%를 더하면 그룹의 KAI 지분율은 총 13.61%에 달한다.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에 이은 확고한 2대 주주다.
한화의 추가 매입은 KAI 주가가 3개월 전보다 20% 하락한 시기에 이뤄졌다. KAI 주가는 이날 오후 15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기준 18만5800원과 비교하면 약 19% 낮은 수준이다. 지난 21일에는 장중 13만62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화시스템이 투입한 금액과 취득 주식 수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평균 매입 가격은 주당 약 14만6700원이다. 주가가 14만원대로 내려온 시기에 시장에 나온 물량을 흡수하면서 지분 확대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 주주에게서 지분을 넘겨받는 블록딜이 아니라 장내 매수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가 하락으로 추가 지분 확보 여력도 커졌다. 한화시스템은 연말까지 5000억원 한도에서 KAI 주식을 추가로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일 취득 계획을 발표할 당시 예상 주식 수는 지난 7일 종가인 16만200원을 기준으로 산정됐지만, 이후 주가가 15만원선으로 내려오면서 같은 자금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집행한 1666억원을 제외하면 남은 투자 한도는 약 3334억원이다. KAI 주가를 15만원으로 가정해 남은 한도를 모두 집행할 경우 약 222만주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KAI 전체 발행주식의 약 2.3%에 해당하는 규모다.
단순 계산상 한화그룹의 합산 지분율은 기존 예상치인 15.64%를 넘어 15.9% 안팎까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실제 취득 주식 수와 최종 지분율은 향후 KAI 주가와 매입 시기, 한화시스템의 투자금 집행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화가 15%대 지분을 확보하면 단순히 2대 주주 지위를 굳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재 수출입은행의 KAI 지분율은 26.41%다. 만약 한화 지분율이 15.9%까지 높아진 뒤 수출입은행이 보유 지분 가운데 약 5.3%p 이상을 한화에 넘기면 양측 지분율은 역전된다.
한화가 장내에서 지분을 미리 늘릴수록 향후 최대주주에 오르기 위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인수해야 할 지분 규모와 비용도 줄어드는 구조다.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꾼 한화가 향후 KAI 지배구조 개편에 대비해 사전 포석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최대주주 등극 여부는 정부와 수출입은행의 판단에 달렸다. 수출입은행은 현재까지 KAI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략 방산 기업의 경영권과 민영화가 걸린 사안인 만큼 한화의 지분 확대만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시장에서는 수출입은행이 지분 전부를 한화에 매각하는 방안보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일부 지분만 넘기고 나머지는 정부가 계속 보유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한 채 한화가 이사회에 참여해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한화 관계자는 향후 KAI 지분 추가 취득 계획에 대해 “목표 지분율을 정해놓고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5000억원의 투자 한도 내에서 장내 매수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실제 취득할 수 있는 주식 수와 최종 지분율 또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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