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뜨롱 나와!”…푸조 살리러 사장실 쳐들어간 ‘파리민수’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7.22 06:00  수정 2026.07.22 06:00

푸조, 정일영 교수 ‘컬쳐 큐레이터’ 선정

푸조 본사 찾아 방실 대표에 차량 요구하는 숏폼 화제

‘푸조X정일영’ 9편 누적 조회수 355만회 돌파

낮은 인지도 숨기지 않고 유머로 풀어내

푸조가 지난 20일 공식 SNS에 올린 숏폼 영상 ⓒ푸조코리아 공식 SNS 캡처




“빠뜨롱 나오라 그래!”


‘파리민수’로 잘 알려진 정일영 인하대학교 교수가 푸조 본사에서 돌연 사장을 찾았다. 빠뜨롱은 프랑스어로 사장이라는 뜻이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가 차량을 제공하자,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라며 신형 푸조 3008을 유유히 몰고 떠난다.


푸조 공식 소셜미디어에 지난 20일 공개된 영상의 내용이다. 다소 엉뚱한 설정이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공개 직후 좋아요가 2000개를 넘었고,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자동차의 성능이나 가격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대신, 프랑스어와 유머를 앞세워 브랜드를 각인시킨 푸조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 소비자의 눈길을 붙잡은 것이다.


푸조는 정 교수를 브랜드 ‘컬처 큐레이터’로 선정하고 협업 확대에 나섰다. 판매량과 인지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푸조가 프랑스 문화에 정통한 정 교수의 솔직하고 유쾌한 입담을 앞세워 존재감 되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정 교수는 앞으로 1년 동안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직접 운행하며 자동차와 여행, 프랑스 문화, 푸조의 역사와 헤리티지를 소개할 예정이다. 말 그대로 푸조를 광고하는 모델이 아니라 브랜드를 해설하는 큐레이터를 맡는다.


푸조 ‘컬쳐 큐레이터’로 선정된 정일영 교수 ⓒ스텔란티스코리아

이번 협업은 단순히 유명인을 차량 광고에 내세우는 방식과는 다르다. 푸조가 어떤 자동차인지 일방적으로 설명하기보다, 프랑스인의 생활 방식과 자동차 문화, 실용주의, 디자인 감성을 엮어 소비자가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실제 반응도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9일 예고편을 시작으로 공개된 ‘푸조X정일영’ 숏폼 콘텐츠 9편은 누적 조회수 355만회를 넘어섰다. 좋아요는 약 3만3000건, 공유는 약 1만9000건을 기록했다.


가장 화제가 된 건 푸조 콘텐츠에서 마이바흐를 꺼낸 영상이다. 정 교수는 “돈이 많으면 마이바흐를 타겠다”고 말해 제작진을 당황하게 만든 뒤, 언젠가 타고 싶은 차와 매일 함께하고 싶은 차는 다르다는 메시지로 이야기를 뒤집었다. 이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조회수 120만회를 돌파했다.


소비자들은 “이게 푸조 광고일 줄 몰랐다”, “영상 덕분에 푸조가 궁금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브랜드의 장점만 늘어놓는 광고 대신 소비자가 실제로 가질 법한 거리감과 편견까지 이야기 소재로 끌어들인 점이 호응을 얻었다.



지난달 29일 푸조 공식 SNS에 올린 숏폼 영상 ⓒ푸조코리아 공식 SNS 캡처

푸조의 최근 마케팅에는 브랜드의 처지를 애써 감추지 않는 솔직함이 깔려 있다. 국내 소비자에게 푸조가 아직 낯설다는 점을 인정하고, “왜 푸조를 타야 하는가”를 무겁게 설득하기보다 “일단 푸조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 달라”며 먼저 말을 거는 식이다.


방 대표가 최근 자동차 전문 유튜브 채널 ‘모트라인’에 직접 출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사 대표가 소비자들의 비판과 이른바 ‘악플’을 직접 마주하고 답하는 방식이었다.


지난 7일 공개된 영상은 조회수 20만회와 좋아요 3000개, 댓글 800여개를 기록하며 최근 해당 채널 콘텐츠 가운데 높은 반응을 얻었다. 부정적인 여론을 피하지 않고 직접 듣겠다는 태도가 오히려 친근감과 신뢰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프라인에서는 쇼룸 밖으로 나왔다. 푸조는 리솜리조트에서 투숙객을 대상으로 올 뉴 3008과 올 뉴 5008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이케아 매장에서는 주말 쇼핑객을 겨냥한 순회 팝업 전시를 열었다.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한 ‘푸조 앙 블랑’에서는 프랑스 문화 토크와 조향 수업, 야외 만찬에 차량 시승을 결합했다.


소비자를 만나는 장소를 전시장에 한정하지 않고 여행지와 가구 매장, 유튜브와 숏폼 콘텐츠로 넓힌 셈이다. 자동차를 보러 오라고 기다리는 대신, 소비자가 쉬고 쇼핑하고 영상을 보는 일상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전략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 방실 대표는 “정일영 교수와의 협업은 푸조가 가진 프랑스 브랜드의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보다 친근한 방식으로 전달한 새로운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다채로운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푸조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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