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24일 사흘 간격 컴백…보컬·랩 중심축 이탈 뒤 현재 인원으로 완성할 팀의 색
아이돌 그룹의 색은 멤버 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어떤 음색이 후렴을 이끌고 누가 무대의 중심을 잡는지가 쌓여 팀의 이미지가 된다. 비중이 큰 멤버의 탈퇴는 한 자리를 비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남은 구성으로도 음악과 무대가 가능하다는 인상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엔하이픈 ⓒ빌리프랩
8월 엔하이픈(ENHYPEN)과 엔시티 127(NCT 127)이 이 과제를 안고 사흘 간격으로 돌아온다. 중심 보컬 희승이 떠난 엔하이픈은 6인조로, 메인 래퍼이자 퍼포먼스의 한 축이었던 마크가 탈퇴한 엔시티 127은 군 복무 중인 멤버들까지 제외한 5인조로 활동한다.
14일 빌리프랩에 따르면 엔하이픈은 8월 21일 미니 8집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를 발매한다. 정원, 제이, 제이크, 성훈, 선우, 니키가 참여하는 6인 체제의 첫 앨범이다. SM엔터테인먼트도 엔시티 127이 8월 24일 정규 7집을 내놓는다고 밝혔다.2024년 7월 정규 6집 ‘워크’(WALK) 이후 약 2년 만의 신보로, 이번 앨범에는 쟈니, 태용, 유타, 재현, 해찬 5명이 참여한다.
두 팀 모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멤버가 영구적으로 떠난 뒤 선보이는 앨범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빌리프랩은 지난 3월 멤버별 미래와 팀의 방향성을 논의한 결과 희승의 뚜렷한 음악적 지향을 존중해 팀 탈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엔하이픈은 6인조로 활동을 이어가고, 희승은 빌리프랩에 남아 활동명을 에반으로 바꾼 뒤 6월 솔로로 데뷔했다.
희승의 탈퇴가 엔하이픈에 큰 변화로 받아들여진 것은 그가 차지했던 음악적 비중 때문이다. 희승은 팀의 메인보컬로 불리며 주요 고음과 핵심 보컬 파트를 담당해왔다. 작사·작곡과 녹음 디렉팅에도 참여했고, 리더 정원은 과거 인터뷰에서 희승을 절대음감과 정확한 박자 감각을 바탕으로 멤버들에게 디렉팅을 해주는 프로듀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탈퇴 당시 팬들이 솔로 활동과 그룹 활동의 병행을 요구하는 청원을 내고 항의에 나섰던 것에는 희승을 팀 보컬의 중심으로 받아들였기 때문도 있다.
엔시티에서는 마크가 지난 4월 회사와의 전속계약을 마무리하고 모든 엔시티 활동을 종료했다. 마크의 이탈이 엔시티에 미친 영향은 조금 더 넓다. 메인 래퍼이자 퍼포머로, 태용과 함께 곡의 랩 구조와 강한 에너지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마크는 127 유닛 뿐 아니라 엔시티 유(NCT U), 엔시티 드림(NCT DREAM) 등에 모두 참여해 여러 유닛을 오간 활동량 때문에 엔시티라는 브랜드 자체를 상징하는 멤버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그래서 마크의 탈퇴 직후 팬덤의 충격이 컸던 것도 전체 엔시티의 인상을 담당했던 멤버가 떠났기 때문이다.
엔시티 127은 여기에 군백기까지 시작됐다. 태용과 재현이 최근 군 전역을 했지만 도영과 정우가 지난해 12월 입대했다. 여기에 전 멤버 태일이 2024년 성범죄 사건으로 팀에서 퇴출되면서 재현과 해찬이 보컬 공백을 메꿔야 하는 상황이다.
엔하이픈은 희승에게 집중됐던 보컬 파트와 녹음의 중심을 여섯 멤버에게 나누면서도 기존 음악의 밀도를 유지해야 한다. 엔시티 127은 마크의 랩과 퍼포먼스뿐 아니라 도영·정우가 맡았던 보컬과 무대 동선까지 다섯 명에게 맞춰야 한다. 특정 멤버 한 명을 희승이나 마크와 비슷하게 세우는 방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변화다.
핵심 멤버가 떠난 뒤 활동을 이어간 그룹은 이전에도 있었다. 결과는 모두 같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팀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그룹들은 기존 멤버를 그대로 복제할 대체자를 찾기보다 현재 구성의 강점을 새롭게 드러냈다.
동방신기 ⓒSM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TVXQ!)는 2009년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 세 멤버가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문제로 활동을 중단한 뒤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의 2인조로 바뀌었다. 두 사람은 2011년 정규 5집 ‘왜’(Keep Your Head Down)로 활동을 재개했다. 다섯 명의 보컬 조합을 복원하는 대신 두 멤버의 강한 퍼포먼스와 음색 대비를 팀의 중심으로 삼았고, 이후 국내 활동과 일본 대규모 투어를 이어갔다. 지난 4월에는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 오르며 해외 아티스트 사상 최초 입성에 이어 최 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위너(WINNER)는 메인보컬이자 곡 작업에 참여하던 남태현이 탈퇴한 뒤 4인조로 개편했다. 이들은 2017년 4월 4일 오후 4시에 ‘페이트 넘버 포’(FATE NUMBER FOR)를 발매하며 숫자 4로 달라진 구성을 강조했다. 타이틀곡 ‘릴리 릴리’(REALLY REALLY)는 음원사이트 멜론의 연간차트 11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심 보컬의 부재를 숨기기보다 강승윤·김진우의 보컬과 송민호·이승훈의 랩, 가볍고 리듬감 있는 댄스팝을 결합해 위너를 대표하는 곡을 새로 만들었다.
아이콘(iKON)은 멤버 이탈이 음악 제작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경우다. 리더이자 주요 작사·작곡가였던 비아이가 마약 투약 의혹 이후 2019년 팀을 떠나면서 다른 멤버들의 창작 비중이 커졌다. 2022년 앨범 ‘플래시백’(FLASHBACK)에서는 바비가 여섯 곡 전체의 작사에 참여했고, 김동혁은 세 곡의 작곡에 이름을 올렸다. 비아이 한 명에게 집중됐던 역할이 바비와 DK 분산되면서 6인 아이콘의 음악적 기반을 넓혀갔다.
엔시티 127 멤버 5인의 10주년 기념 여행 콘텐츠 썸네일 ⓒ엔시티 127 유튜브 채널
공통점은 달라진 구성을 인정한 뒤 현재 멤버들이 잘할 수 있는 음악과 무대를 중심에 놓았다는 것이다. 이전과 완전히 같은 팀이 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인원으로 새로운 팀 색깔을 찾아가는 방향이다.
엔하이픈의 경우 앨범 발매에 앞서 6인조로 기존 곡을 소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출발한 월드투어 ‘블러드 사가’(BLOOD SAGA)에서 희승이 맡았던 파트를 멤버들에게 새롭게 배분해 팬들에게 새 출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엔시티 127도 10년의 역사를 앨범의 메시지로 삼고, 다섯 명의 정규앨범과 투어를 통해 달라진 팀의 에너지를 드러낼 방침이다.
두 팀 모두 과거의 색을 모두 버리지 않으면서도 현재 구성의 이유를 음악과 무대로 증명해야 한다. 8월말 공개될 두 앨범이 그 결과물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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