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바다와 천년 역사를 품은 화성, 여름휴가 명소 주목

유진상 기자 (yjs@dailian.co.kr)

입력 2026.07.14 17:13  수정 2026.07.14 17:13

당성·전곡리 물푸레나무·정시영·정수영 고택까지

정명근 시장 "화성의 바다와 국가유산이 특별한 여름을 선사할 것"

화성 당성 모습. ⓒ화성시 제공

화성특례시가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맞아 서해의 바다와 역사·문화유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지를 소개했다. 전곡항과 궁평항 일대는 해양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국가유산이 함께 자리한 곳이다. 바다 풍경과 오래된 역사, 전통 건축을 하루 일정 안에서 두루 만나볼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과 역사 탐방객 모두에게 매력적인 여름 여행지로 꼽힌다.


전곡항을 지나 구봉산 자락으로 올라가면 사적 '화성 당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당성은 고구려, 백제, 신라가 차례로 차지했던 전략적 요충지이자, 천년 전 국제 해상교역의 중심지로 기능했던 곳이다. 구릉지 지형을 활용해 쌓은 복합 산성으로, 성벽 위에 서면 서해가 시원하게 펼쳐져 당시 바닷길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 이곳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화성이 예로부터 해상 교류와 군사, 행정의 거점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화성시는 당성을 보다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해설사와 함께하는 당성 여행'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방문자센터에서 디오라마를 활용한 역사 해설을 들은 뒤 전문 해설사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하루 두 차례 진행되며 소요 시간은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다. 여름철 짧은 일정으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역사에 관심 있는 관광객들에게 특히 호응을 얻고 있다.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의 모습. ⓒ화성시 제공

당성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천연기념물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수령 약 350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대표적인 자연유산이다. 물푸레나무는 잎을 물에 담그면 물빛이 푸르게 변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오래 살아남기 쉽지 않은 수종임에도 이 나무는 웅장한 수형과 넓은 그늘을 지금까지 간직해 왔다. 200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뒤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 나무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오래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 아래에서 동제를 지내고,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올리며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했다. 전쟁과 세월을 지나면서도 마을 한복판에서 주민들의 삶을 묵묵히 지켜온 셈이다. 오늘날에도 물푸레나무는 여행객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며, 자연유산이 지역 공동체와 어떻게 함께 호흡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정시영 고택' 사랑채 전경. ⓒ화성시 제공

궁평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전통가옥 두 채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국가민속문화유산인 '정시영 고택'과 '정수영 고택'이다. 두 고택은 조선시대 양반과 서민의 주거문화를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시영 고택은 19세기 초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50칸 규모의 대형 양반가옥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단정하지만 내부가 쉽게 드러나지 않도록 설계된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집 전체가 월(月)자형 평면을 이루고 있어 외부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품격을 살린 점이 특징이다.


반면 바로 인근의 정수영 고택은 중부지방 서민 주택의 전형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19세기 후기에 지어진 초가집으로,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사랑채·행랑채를 중심으로 한 튼 ㅁ자형 구조를 갖춰 생활의 실용성을 강조했다. 화려함보다는 편리함과 효율을 앞세운 구성 속에서도 당시 장인들의 손길이 담겨 있어, 서민 주거문화의 특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대청마루 뒤편에 신왕단을 마련한 점은 민가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로, 당시 생활과 신앙이 어떻게 함께 공존했는지를 보여준다.


두 고택을 함께 둘러보면 조선시대 양반가와 서민가의 생활 방식, 공간 활용, 건축 미감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다. 궁평항의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여행 코스가 완성되는 셈이다. 해양 관광과 문화유산 탐방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화성은 여름철 가벼운 나들이를 넘어 깊이 있는 역사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정명근 시장은 "화성의 아름다운 바다와 그 곁에 자리한 국가유산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소중한 유산"이라며 "당성과 물푸레나무, 그리고 고택이 품은 역사의 온기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방문객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름휴가철 많은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전한 관광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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