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투헬 감독은 변화무쌍한 전술로 잉글랜드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 AFP=연합뉴스
'2026 FIFA 북중미월드컵'에서는 선수 기량만으로 승패가 결정될 수 없음이 증명되고 있다. 톱 클래스 선수들의 활약 여부도 중요하지만 승부를 가른 결정적 요소는 결국 감독의 준비와 경기 운영, 그리고 순간의 결단력이 더 부각됐다.
이번 대회 8강에서 맞붙은 잉글랜드와 노르웨이의 경기는 '감독이 만든 승리'라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잉글랜드의 토마스 투헬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데클란 라이스, 노니 마두에케를 빼고 부카요 사카와 에베레치 에제를 투입했고, 리스 제임스를 중앙 미드필더로 끌어올리는 등 계속해서 변화를 줬다. 연장전 역전골 직후에는 즉시 5백으로 전환해 노르웨이의 반격을 차단했다.
90분 동안만 해도 몇 차례 전술 변화를 시도했고, 연장전까지 포함하면 경기 자체가 하나의 시뮬레이션처럼 흘러갔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해법을 꺼내 들었는데 플랜A가 막히면 플랜B, 그것도 통하지 않으면 플랜C와 플랜D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반면 노르웨이는 연장 후반 1-2로 뒤진 상황에서 오히려 엘링 홀란을 빼는 결정을 내렸고, 흐름이 뒤집힌 뒤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패했다. 교체 투입된 장신 공격수 요르겐 스트란 라르센과 홀란을 동시에 세웠다면 잉글랜드 수비는 공중볼과 세컨드볼 대응에서 훨씬 큰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론이지만 최소한 상대를 흔들 마지막 승부수는 던졌어야 했다.
아르헨티나 역시 비슷했다. 16강 이집트전에서 아르헨티나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0-2로 끌려가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리오넬 메시마저 상대의 집중 견제에 묶이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흔히 말하는 '메시 해줘'의 선택을 하지 않았다.
공격수를 연이어 투입하며 숫자를 늘렸고, 중앙에서 철저하게 봉쇄당하던 메시를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시키는 변화를 줬다. 메시의 컨디션은 분명 평소보다 떨어져 있었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존재감 자체가 상대 수비를 흔드는 효과를 만들었다. 상대 수비가 메시를 의식하는 사이 다른 공격수들이 공간을 얻었고, 결국 아르헨티나는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아르헨티나는 에이스 리오넬 메시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줬다. ⓒ AP=뉴시스
자연스럽게 한국 축구를 돌아보게 된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결과도 아쉬웠지만 더 큰 문제는 경기 내용이었다.
홍명보 전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은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에서 지속적으로 의문을 남겼다. 이는 월드컵에서 갑자기 나타난 문제가 아니다. 평가전과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도 반복됐던 장면이다.
월드컵 같은 단기전에서는 경기 전 준비만큼 중요한 게 경기 중 흐름을 읽고 즉시 수정하는 능력, 즉 임기응변이다.
에이스 활용법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자 상대가 가장 경계하는 존재다. 손흥민 한 명이 그라운드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 수비는 더 많은 숫자를 배치하고, 이는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효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손흥민은 단 한번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고, 최종전에서는 후반 교체 카드로 활용됐다. 홍명보 전 감독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위협적인 카드를 스스로 봉쇄했다.
현대 축구는 선수들의 능력만으로 우승을 바라볼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해도 감독이 경기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반대로 전력에서 밀리는 팀이라도 감독이 선수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전술을 잘 준비하면 얼마든지 이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유럽 축구에서는 선수단을 강하게 통제하는 권위형 감독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데이터와 분석, 그리고 실시간 전술 수정 능력을 갖춘 전략가형 감독이 대세다. '싸워'라는 한마디로 선수들의 투지만 끌어올리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한국 축구 차기 감독에는 '카리스마형 감독'보다 '전략가형 감독'이 요구된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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