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50만대분 니켈 수급권…제련 단계까지 올라간 양극재 기업
인니 니켈에서 한국계 셀·유럽 완성차까지…원가·공급망 연결
전구체 中의존 95% 구조에 우회로…민간 광물 투자의 산업적 파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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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는 지난해 순수전기차 225만여대를 팔아 세계 판매 1위에 올랐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뒤에도 유럽 판매를 늘리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무기는 가격이다. 이 가격 경쟁력은 완성차 조립공정만 잘해서 나온 게 아니다. 중국 기업들은 광물 채굴과 제련, 전구체, 양극재, 배터리 셀, 완성차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넓게 장악해 비용을 낮췄다. 원료 단계에서 줄인 비용이 차량 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한국은 이 사슬의 앞단이 취약하다. 하이니켈 양극재와 배터리 셀, 완성차 기술은 세계 수준이지만 출발점인 광물 조달과 제련은 상당 부분 중국이 관여한 공급망에 기대 왔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원료를 경쟁국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가격 싸움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에코프로그룹의 인도네시아 제련소 투자는 바로 이 앞단을 겨냥한다. 확보할 니켈 수급권은 연 6만5000t, 전기차 약 150만대분이다. 에코프로그룹은 현지에서 확보한 니켈을 기존 전구체·양극재 생산망에 연결해 원료 조달비를 낮추고 공급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 효과가 양극재와 배터리 셀을 거쳐 완성차의 원가와 생산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 싸움 된 전기차…원가 경쟁은 광물까지
OLO·LFP·미드니켈 비교표. ⓒ에코프로 유튜브 캡쳐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가격을 앞세워 전기차 대중화 시장을 빠르게 넓혀왔다. 에너지밀도와 주행거리에서 앞선 한국의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도 성능 우위만으로는 시장을 지키기 어려워졌다. 가격 차이를 좁히면서 고성능이라는 강점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놓인 것이다.
전기차 경쟁의 두 축인 주행거리와 가격은 양극재 안에서 만난다. 니켈 함량을 높이고 값비싼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면 에너지밀도와 가격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다. 니켈 비중이 높아질수록 열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높은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기술이 하이니켈 양극재의 경쟁력을 가른다. 에코프로비엠은 니켈 함량 80% 이상인 NCA·NCM 양극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원가에서 가장 큰 변수도 니켈이다. 회사에 따르면 하이니켈 양극재 원가에서 니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제조공정의 수율과 가동률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광물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 차이를 모두 상쇄하기 어렵다. 니켈을 어떤 가격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양극재 공급가격과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이유다.
원료비가 낮아졌다고 완성차 업체가 곧바로 차량 가격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절감분을 가격 인하에 반영할 수도 있고 같은 가격에서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 차량 사양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배터리 원가를 낮출 여력이 있어야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에 대응할 수 있다.
기술은 국가가 보호하지만, 원료는 중국 공급망에
니켈은 정부가 2023년 핵심광물 확보전략에서 지정한 10대 전략 핵심광물이다.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첨단산업에 미치는 파급이 큰 광물로 분류되며, 정부는 특정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대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이니켈 양극재와 전구체 관련 기술도 국가핵심기술로 관리된다. 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소재와 전구체의 설계·제조·공정기술이 보호 대상이다.
하지만 양극재 기술만으로 공급망을 통제할 수는 없다. 니켈은 전구체로 가공된 뒤 양극재 생산에 투입되는데 한국은 전구체 수입의 95% 이상을 중국에 의존한다. 양극재와 셀 제조에서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그 앞단의 광물 가공과 중간재 조달은 중국 공급망에 기대온 것이다. 중국산 전구체를 다른 국가 제품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해결하기 어렵다. 중국 밖에서 한국의 수요를 채울 만큼 충분한 물량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핵심 생산지로 떠오르는 곳이 인도네시아다. 에코프로 분기보고서가 인용한 국제니켈연구그룹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인도네시아의 정련니켈 생산량은 전년 동기보다 24.7% 늘었고 세계 생산량의 52%를 차지했다. 니켈 가격은 공급 과잉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생산은 인도네시아 한 국가로 더 집중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광산 생산 할당량과 허가, 로열티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시장에서 필요한 물량을 그때그때 구매하는 방식은 현지 정책 변화와 공급업체의 판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에코프로가 완성된 전구체를 사오는 데 머물지 않고 인도네시아 제련소의 지분과 장기구매권을 확보하는 배경이다.
에코프로는 공급이 집중된 현지에 직접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인도네시아에 건설 중인 BNSI 지분 39%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참여할 계획이다. BNSI는 니켈 금속 기준 연 9만t 규모의 중간재(MHP)를 생산하며, 그룹은 생산량의 약 40%인 연 3만6000t의 오프테이크(장기 우선구매) 권리를 갖는다.
앞선 인도네시아 투자는 이미 니켈 수급권과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코프로는 2022년 QMB 니켈 프로젝트 참여를 시작으로 메이밍·ESG·그린에코니켈 등 인도네시아 제련소 4곳에 지분을 투자해 연 2만9000t의 수급권을 확보했고 지분법·투자이익과 니켈 중간재 무역 수익을 거둔 데 이어 올해부터는 자회사로 편입한 그린에코니켈의 실적을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있다. BNSI 물량까지 더하면 그룹의 니켈 수급권은 연 6만5000t으로 늘어난다.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BNSI를 통한 니켈 조달이 기존 외부 구매 방식보다 니켈 원료 투입비를 20~30%가량 낮출 것으로 추산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제련한 물량을 직접 확보하면서 중간 유통비와 공급업체의 마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니켈 확보 효과, 셀·완성차까지 이어진다
에코프로비엠의 하이니켈 양극재 수출량 추이.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은 인도네시아에서 확보한 니켈을 그룹 내 전구체·양극재 생산망과 연계해 하이니켈 양극재의 원가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니켈 조달부터 전구체와 양극재 생산까지 공급망의 앞단을 관리해 외부 공급업체와 원료 가격 변동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다.
니켈 조달이 안정되면 에코프로비엠은 원료 가격과 물량 변동에 대응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SDI와 SK온 등 셀 업체도 양극재 조달 차질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공급 변동으로 생산계획을 조정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원료 확보 효과가 전구체와 양극재, 배터리 셀을 거쳐 완성차 생산까지 전달되는 구조다.
완성차 업체들이 핵심광물 확보에 직접 나서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니켈 밸류체인 협력을 위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했다. 니켈 원료 공동 소싱부터 가공·중간재 확보와 재활용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 배터리 원료의 안정적인 조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였다.
유럽에서는 원료 조달 능력과 현지 생산 기반이 모두 중요해지고 있다. 영국과 EU는 2027년부터 전기차와 배터리에 강화된 원산지 기준을 적용한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전기차는 영국·EU 간 교역에서 10%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EU 핵심원자재법도 전략 원자재의 특정 비EU 국가 의존도를 2030년까지 65%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에코프로비엠은 헝가리 공장을 유럽 시장 대응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유럽 고객사 인근에서 하이니켈 양극재의 생산과 공급을 확대해 현지화를 중시하는 통상 환경에 대응한다.
투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BNSI 제련소는 2027년 2분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7650억원을 BNSI 투자에 투입하고 에코프로그룹은 합산 지분 39%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를 계획이다. 니켈 확보가 실제 원가 절감과 셀·완성차 공급 안정으로 이어지는지는 제련소 가동과 확보 물량의 투입이 본격화된 이후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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