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는 의학의 '국영수'"…백신학자가 말한 의료의 역할 [명의열전]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7.13 13:36  수정 2026.07.13 13:47

김동현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인터뷰

“필수의료 인력난 장기화 속 교육 기반 약화 우려”

“코로나19 이후 흔들린 백신 신뢰 회복도 과제”




환자를 향한 사'명'감으로 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전'달하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분을 제보해주시면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김동현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6월 26일 인하대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환자만 진료하는 과가 아닙니다. 의대생을 가르치는 역할도 매우 큽니다. 그런데 주요 과목을 가르칠 교수가 부족해지면 의학교육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국어·영어·수학 교사가 없는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김동현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소아청소년과가 처한 현실을 이같이 진단했다. 저출산과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맞물리며 전공의 지원이 급감한 가운데, 그는 이를 당장의 인력난을 넘어 미래 의학교육의 기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바라봤다.


김 교수는 “모든 임상과는 시대에 따라 인기의 부침을 겪지만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누적된,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라며 “전공의 지원이 사실상 끊긴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고, 시간이 지나 교수와 전문의들이 퇴임하기 시작하면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담담했다. 소아청소년과가 다시 선택받는 진료과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소 체념한 것처럼 보인다는 질문에도 그는 “부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한탄하기보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역할’은 스승들에게서 자연스럽게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다.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한 계기를 묻자 그는 가장 먼저 스승을 떠올렸다. 선배 연구자들이 평생 이어온 연구와 교육을 곁에서 배우고, 이들이 정년을 맞은 뒤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재산이 아닌 역할을 상속받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제가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이 길을 걸었다기보다 스승들로부터 많은 것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기보다 백신학자이자 의과대학 교수로서 연구를 통해 정책의 근거를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했다.



김동현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6월 26일 인하대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스승들에게서 이어받은 것은 연구 주제만이 아니었다. 연구를 바라보는 태도 역시 그에게 그대로 남았다. 그는 논문을 위한 연구보다 사회에 실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연구가 학자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이 같은 철학은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도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발주한 ‘백일해’ 장기 코호트 연구를 수행하며 백신 접종 후 면역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면역 반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장기간 추적하고 있다. 높은 예방접종률에도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백일해가 다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향후 국가 예방접종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다.


그는 “성인은 백일해에 감염돼도 본인이 걸렸는지 모를 정도로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생후 2개월 미만 영아에게는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며 “최근 백일해 발생이 청소년층으로 이동하는 만큼 장기적인 면역 반응을 확인해 향후 국가 예방접종 정책에 필요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법안이나 지침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거가 필요하다”며 “연구를 위한 연구나 논문을 위한 논문이 아니라 정책에 활용될 근거를 만드는 것이 제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백신학자이기도 한 김 교수는 '예방접종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털어놨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치며 감염병의 유행 양상은 크게 달라졌지만, 그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국가 예방접종 정책을 향한 국민의 신뢰가 약해졌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방역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국가의 신뢰와 권위가 약해진 것은 가장 큰 손실”이라며 “백신은 제약회사나 의료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 공공재”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꾸준히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자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해 국민에게 가장 좋은 결론을 내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회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표하지 않았다. 대신 변화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고 믿었다. 백신학자로서 정책의 근거를 만들고, 의과대학 교수로서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일. 그것이 그가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책임이었다.


그는 “정부에 요구하기 전에 제가 맡은 연구를 제대로 하는 것이 먼저”라며 “국책 연구를 통해 법과 국가 예방접종 지침을 바꿀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한 명의 백신학자이자 의과대학 교수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역할을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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