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5일 총 12시간 생산 차질…특근 거부까지 겹쳐
지난해 파업 기준 5000대 안팎 생산 손실 가능성
관세·판매 부진에 수익성 악화…하반기 실적 반등에 부담
임금 넘어 정년 연장·해고자 복직 놓고 입장차 커
지난 5월1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노조가 13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하면서 올해 임금 협상 교섭에 따른 사측의 타격이 본격화됐다. 미국 관세와 글로벌 판매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현대차가 하반기 신차를 앞세워 실적 반등을 노리는 시점에 국내 생산라인까지 멈춰 서면서 생산과 출고, 매출 전반에 부담이 커지게 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이날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주·야간조가 각각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인다. 생산라인 가동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 최대 4시간, 사흘 동안 총 12시간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금속노조 총파업에도 동참한다.
파업에 앞서 노조가 지난 6일부터 평일 연장근로와 토요일 특근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생산 손실은 단순히 12시간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공장은 차체와 도장, 조립 공정이 연속적으로 연결돼 있어 일부 공정이 멈추면 전후 공정의 생산 계획도 함께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으로 현대차가 입을 손실은 5000대 안팎의 생산 차질과 2000억원대 중반의 매출 감소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가 사흘간 총 16시간 부분파업을 벌였을 당시 약 7000대의 생산 차질과 30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올해 현대차가 생산 차질을 감내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미국 관세 부담과 글로벌 판매 둔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매량이 유지되더라도 관세와 각종 인센티브 부담이 커지면 차량 한 대를 팔아 남기는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국내 공장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수익성 악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현대차로서는 하반기 신차 판매 확대와 생산 효율 개선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임단협 갈등이 국내 생산을 직접 제약하는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특히 현대차는 하반기 신형 그랜저, 아반떼, 투싼 등 주력 신차의 판매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신차 출시 초기에는 사전계약과 대기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안정적인 초기 물량 공급이 흥행을 좌우한다. 파업과 특근 거부가 장기화하면 신차 생산량 확보가 어려워지고 기존 인기 차종의 출고 일정까지 밀릴 수 있다.
국내 공장은 내수뿐 아니라 상당한 수출 물량도 담당한다. 울산과 아산, 전주공장의 생산 차질이 길어질 경우 국내 고객의 출고 지연을 넘어 해외 판매법인의 재고와 선적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출 물량이 계획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현지 판매 기회를 놓치거나 긴급 물류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협력업체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완성차 생산이 멈추면 부품업체도 납품 물량과 근무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파업 종료 후 밀린 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해 추가 생산에 나서더라도 특근 거부가 계속되면 정상화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올해 교섭은 출발 단계부터 노사 간 요구 수준의 차이가 컸다. 지난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과 정년 연장, 고용 안정 등 주요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 절차에 들어갔으며, 지난달 실시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는 전체 조합원 기준 86.65%가 파업에 찬성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졌던 6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 지난해 깨진 데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파업이 현실화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생산라인이 다시 멈추면서 임단협이 현대차의 반복적인 경영 부담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로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성 제시안을 둘러싼 간극도 크지만 교섭 장기화를 부르는 핵심 쟁점은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이다.
사측은 정년 연장은 사회적·법적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개별 기업이 먼저 결정하기 어렵고, 법원에서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 조합원의 복직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담화문을 통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파업의 길을 가서는 안 된다. 회사는 사실상 최선의 안을 제시했다”며 “하반기 신차 출시 등으로 실적 턴어라운드를 모색하는 상황과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당한 해고로 이미 판결 난 해고자들을 어떤 사유로 복직을 논의할 수 있느냐”며 “정년 연장 법제화 논의가 치열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 노사가 먼저 결론을 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사측이 공개 담화문을 통해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 요구에 선을 그은 만큼 단기간에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 역시 회사가 전향적인 안을 내놓기 전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관건은 사흘간의 부분파업 이후 교섭이 재개될지 여부다. 노사가 곧바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면 생산 차질을 제한할 수 있지만, 교섭이 재개되지 않거나 추가 파업 일정이 잡힐 경우 피해 규모는 빠르게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관세와 원가 부담 등 외부 악재에 대응하기 위해 하반기 신차와 판매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때 국내 생산까지 흔들리면 출고 지연과 판매 기회 상실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어 임단협 장기화가 실적 회복의 가장 큰 내부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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