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에 기업대출 갈아탔지만…‘고환율 직격탄’ 중기는 소외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7.13 07:08  수정 2026.07.13 07:08

대출 규제 속 은행권 포트폴리오 재편

부실 위험 중기 외면…고금리 내몰려

고환율 장기화, 원자잿값 부담 가중

“임시방편 아닌 실효성 있는 지원 필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들면서 기초체력이 약해진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력은 더 약해진 모습이다.ⓒ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들의 대출 중심축이 ‘기업대출’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소외되는 모습이다.


150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 여파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중소기업은 부실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고금리로 내몰리고 있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직격탄을 맞아 고사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는 만큼 종합적인 환율 방어책이 마련돼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한국은행의 ‘6월 금융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중소기업 대출은 1조7000억원 증가하며 한 달 전(5조4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같은 기준 대기업 대출 역시 한 달 전(5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다소 축소된 3조4000억원을 보였으나, 중소기업과 비교하면 높은 증가세를 이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 상반기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11.8%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2%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은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기업대출로 눈을 돌려 실적을 확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상생금융을 강조하는 만큼 기업들은 은행에서 좀 더 수월하게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고환율 여파로 중소기업들의 신용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돼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등락하면서 원재료를 수입해 오는 중소기업들의 기초체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물량을 들여오더라도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


지난 10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501.4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1510.86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부품이나 재료 가격은 뛰었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곧장 반영하기 어려워 생산할수록 수익성은 악화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경우 미리 환율 변동에 대비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해외 현지 공장에서 달러로 직접 거래도 가능해 외려 환차익을 누릴 수도 있다.


똑같은 고환율 상황에 직면하고도 대기업은 버티는 반면, 중소기업은 이렇다 할 방어 여력이 없어 폐업 위기로 내몰릴 우려가 커졌다.


1금융권 대출이 막힌 기업들은 2금융권으로 발길을 옮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건전성 악화로 2금융권 역시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드는 실정이다.


문제는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단 점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거란 전망이 짙어지면서 글로벌 달러 강세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는, 이른바 ‘셀 코리아’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원화 약세 분위기는 길어질 거란 전망이 짙다.


이달 들어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체제로 바뀌면서 환율 변동성도 커졌다.


최근 정부는 환율이 고공행진하며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이 커지자 ‘고환율 등에 따른 경영애로 중소기업 긴급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중동상황 피해기업 정책금융의 잔여 여력인 13조8000억원을 고환율 피해기업에 집중 지원하고, 1조1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추가 편성해 총 14조9000억원의 긴급경영자금을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 같은 임시방편은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고환율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단 견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환율과 내수 부진에 따른 자금 경색으로 이미 고사 직전인 중소기업들이 줄도산할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한시적인 금융 지원이 아닌 기업들이 버틸 수 있도록 보다 직접적이고 정교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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