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사투리도 일베 낙인"…野, '신언패' 비유 총공세
모호한 허위·조작 판단 기준… 현장 검열 일상화 전면 우려
최대 5배 징벌적 배상·과징금 폭탄… 무더기 위헌 소송 예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10월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언론자유 방송독립을 위한 언론인 간담회'에서 발언 하고 있다.ⓒ뉴시스
혐오·조롱 표현 근절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정작 시행 첫날까지 위헌 논란을 끄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언론·표현의 자유를 강조해온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행보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7·7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7일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강제종결된 직후 통과된 법안으로, 올해 1월6일 공포 이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쳤다.
개정법의 핵심은 제44조의10에 규정된 가중손해배상 제도다. 허위·조작정보임을 알고도 손해를 가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유포해 법익 침해가 발생한 경우, 법원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 판결로 확정된 불법·허위조작정보를 2회 이상 반복 유통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도 함께 시행에 들어갔다. 적용 대상은 최근 3개월간 3회 이상 정보를 게시하면서 구독자 10만명 이상이거나 월평균 조회수 10만회를 넘는 게재자로,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등 개인 창작자가 사실상 정조준 대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다. 무엇이 허위이고 무엇이 조작인지 가르는 구성요건이 불명확해, 자의적 법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모호성은 곧바로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로 이어진다. 사후적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표현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고, 정부나 권력층에 대한 비판, 공익적 문제 제기까지 조사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대 5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 역시 다른 불법행위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무겁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이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법은 결국 시행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오른 법 철회 촉구 청원은 5월과 6월 두 달 사이 14만2248명의 동의를 얻고 종료됐지만 시행을 막지는 못했다. 법에는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담겼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보는 가중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되고, 권력자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활동을 방해할 목적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피고가 법원에 중간판결을 신청할 수 있으며 중간판결 선고 시까지 소송절차가 정지된다. 다만 이런 절차적 장치가 실제 소송에서 방어수단으로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다.
법 시행과 맞물려 혐오·조롱 표현 규제 논의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베 등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폐쇄 검토를 언급한 이후, 여당 일각에서는 조롱·혐오 표현을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하고 반복 게시 사이트에 폐쇄 명령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일베금지법'을 별도 발의한 상태다. 다만 현행법상 사이트 전체 폐쇄까지는 법리적 문턱이 있다는 게 법조계 다수 의견이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도 7일 시행에 맞춰 차별·혐오 표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298인, 재석 177인, 찬성170인, 반대3인, 기권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12.24.ⓒ뉴시스
야권은 시행 당일부터 총공세에 나섰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입틀막법'은 악법이고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와 독소조항을 삭제한 전면 재개정안의 당론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국가가 무엇이 사실이고 혐오인지를 직접 정하고 처벌한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과 거짓이 뒤섞이고 혐오의 낙인이 남발될 것이라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나아가 최근 한 아이돌이 사투리를 썼다는 이유로 일부 정치인으로부터 '일베 낙인'이 찍힌 사례를 들며, 이 법이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일상화하고 검열과 낙인이 두려워 다수가 침묵하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조선시대 연산군이 관리들에게 함구를 강요하며 신언패를 채웠던 사례에 빗대 "500년 전 폭군의 만행이 2026년 7월7일 '온라인 입틀막법'으로 되살아났다"고 주장했다.
시행령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도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며 최근 3개월 하루평균이용자수 100만명 이상 사업자를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규정했다. 검색서비스와 오픈마켓은 최종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대규모 사업자가 체결할 수 있는 국제 팩트체킹 협약의 상대방인 '사실확인 단체' 인증과 관련해서는, 국내에서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인증을 받은 언론사가 JTBC 한 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 조문에 대한 판단기준의 상당 부분을 법원에 넘겨둔 만큼, 위헌성 여부를 둘러싼 다툼은 결국 실제 소송이 제기되는 순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첫 가중손해배상 청구나 과징금 처분이 나오는 시점이, 이 법이 '표현의 자유 침해'인지 '허위정보 근절 장치'인지를 가르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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