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심장병' 미리 안다…서울대병원, 조기 진단 길 열어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07.07 10:04  수정 2026.07.07 10:04

좌심방 저장 변형률 낮으면 말기 진행 위험 3.6배 높아

고가 검사 없이 정기 초음파만으로 고위험군 선별 가능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 곽순구 교수 ⓒ서울대학교

심장이 굳기 전에 위험 신호를 잡아내는 길이 열렸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심장 기능 저하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초음파 지표를 찾아내면서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곽순구 교수 연구팀이 7일 유럽심장학회(ESC) 산하 국제 학술지에 비후성 심근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은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비후성 심근증을 진단받고 1년 이상 추적 심장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환자 925명이다. 추적 기간은 중앙값 기준 6.5년이었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유전성 심장 질환이다. 문제는 '숨은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기준 실제 진단된 환자는 약 1만9925명에 그쳤다. 유병률로 추산한 환자 수(10만~25만명)에 크게 못 미친다. 대다수가 자신이 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장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말기 단계'로 진행한 환자는 35명(3.8%)이었다. 이후 2년 안에 심정지나 돌연사 등 치명적인 심혈관 사건을 겪은 환자는 10명 중 약 3명(28.6%)에 달했다. 오랫동안 별 이상 없이 지내다가도 한번 악화되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다는 얘기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비후성 심근증 악화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의료 현장에서는 '좌심실 박출률(LVEF)'이라는 지표를 사용해왔다. 심장이 한 번 펌프질할 때 혈액을 얼마나 뿜어내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연구팀이 새로 제시한 지표는 '좌심방 저장 변형률(LARS)'이다. 심장에는 혈액을 잠시 머금었다가 심실로 내보내는 '좌심방'이라는 공간이 있다. LARS는 이 좌심방이 얼마나 유연하게 움직이는지를 측정한 수치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져 부담이 쌓이면 좌심방도 따라서 뻣뻣해진다. 기존 지표가 정상일 때도 LARS 변화는 나타난다. 심장이 보내는 구조 신호를 더 일찍 잡아내는 것이다.


실제로 LARS 수치가 1%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말기 진행 위험은 약 10%씩 높아졌다. 연구팀은 기준값을 16.9%로 도출했다. 이 수치가 16.9% 미만인 환자는 16.9% 이상인 환자보다 말기 진행 위험이 3.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등 위험 요인을 모두 고려했을 때 LARS만으로 위험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LARS 지표가 우수한 이유 중 하나는 고가의 정밀 촬영 장비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흔히 하는 심장 초음파 검사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비싼 검사를 추가로 받지 않아도 정기 검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위험군을 골라낼 수 있다는 뜻이다.


교신 저자인 김형관 서울대학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 지표는 고가의 정밀 검사 없이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만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 가치가 크다"며 "고위험 환자를 보다 정밀하게 선별하고 적기에 최적의 치료를 제공해 환자들의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곽순구 서울대학교 순환기내과 교수는 "비후성 심근증은 질환의 진행 과정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신의 심장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하려는 환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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