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이어 서남권까지 반도체 거점 확대
팹·기반시설 수주 기대감↑, “사업 구체화까진 지켜봐야”
AI발 전력 수요 급증…원전 건설도 새 먹거리 부상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뉴시스(공동취재)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건설업계가 반도체 공장과 원전 등에서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관련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데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건설사들의 수주 기회가 넓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수도권에 이어 서남권을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미 수도권에서는 경기 평택과 용인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평택에서는 삼성전자가 연내 평택캠퍼스 4공장(P4) 가동을 추진하는 가운데 5공장(P5) 공사를 진행 중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팹 10기 규모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토지보상과 전력·용수 공급 등 관련 일정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반도체 투자 온기는 서남권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서남권 반도체 생산 거점에는 8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기씩 총 4기의 반도체 생산시설인 팹(Fab)을 건설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부지도 확정됐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 이후 “회의에서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사업 속도전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신속한 토지 확보와 행정절차 병행 처리 등을 통해 사업 기간을 단축할 것을 당부했다.
사업에 속도가 붙을수록 건설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시설 조성에는 삼성물산, 삼성E&A, SK에코플랜트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용인·평택부터 향후 서남권 프로젝트 수주까지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도로, 전력·용수 인프라, 기숙사와 주거시설 등 연관 공사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토목과 건축, 인프라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만큼 건설업계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로는 서남권 반도체 생산 거점 조성 기대감이 광주 일대 분양시장에도 반영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청약 접수를 진행한 ‘호반써밋 첨단 3지구 A7블록’은 215가구 모집에 1699명이 청약을 접수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장 건설이 아니더라도 관련 인프라와 배후 주거시설 등에서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형 원전 2기가 들어설 후보부지인 경북 영덕군 석리, 매정리, 노물리 일대의 모습.ⓒ뉴시스
막대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원전 사업도 건설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가 늘어날수록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원전 건설 필요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경북 영덕군을 2.8GW 규모 대형 원전 2기 건설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을 0.7GW 규모 국내 첫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건설 후보지로 각각 선정했다.
여기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최근 추가 원전 건설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내부적으로는 영광 한빛원전과 울주 등에 각각 원전 2기씩을 지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원전 시공 경험이 풍부한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을 중심으로 사업 참여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내 신규 원전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건설사들이 원전 시공 경험을 축적하고, 향후 해외 원전 시장 진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AI 전환과 맞물려 건설업계도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며 “특히 반도체는 공장 뿐 아니라 토목 공사부터 건축까지 건설사들이 수주할 수 있는 사업이 많아지기 때문에 건설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장기적인 반도체 생산 거점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고 실행력이 뒷받침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가 아직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실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향후 하이테크 부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는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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