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일 기자 (hichang@dailian.co.kr)
입력 2026.07.06 11:15 수정 2026.07.06 11:15
따개비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복원한 바다거북 이동경로. 대만해협~필리핀~류큐열도~제주 해역 위치도.ⓒ 인하대 제공
멸종위기 바다거북의 이동경로를 위성추적 장비 없이도 밝혀낼 수 있는 연구 성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바다거북 등갑에 붙어 살아가는 따개비에 남은 환경 정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해양생태 연구와 보호정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인하대는 해양과학과 김태원 교수 연구팀이 바다거북에 부착된 거북따개비의 껍데기를 활용해 이동 이력을 복원하는 분석기법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그동안 바다거북의 이동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위성발신기를 부착하거나 장기간 현장 관측을 해야 했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기술적 제약도 적지 않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바다거북의 산란지가 확인되지 않아 연구 대상 확보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주 해안에서 발견된 붉은바다거북의 등갑에 붙어 있던 거북따개비에 주목했다.
따개비의 껍데기는 성장 과정에서 당시 해수의 수온과 염분 등 주변 환경을 층별로 기록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과거 이동 경로를 보여주는 생물학적 기록장치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초고해상도 안정동위원소 분석기술(SIMS)을 이용해 따개비 껍데기에 남아 있는 산소와 탄소 동위원소 변화를 정밀 분석하고, 성장 패턴을 동아시아 해역 환경에 맞춰 보정했다.
분석 결과 해당 붉은바다거북은 약 18개월 동안 대만해협과 필리핀 해역, 류큐열도를 거쳐 제주 인근 해역으로 이동한 뒤 좌초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동일한 기법을 다른 붉은바다거북과 매부리바다거북에도 적용했다.
그 결과 붉은바다거북은 필리핀과 제주를 오가는 장거리 이동을 반복했고, 매부리바다거북은 류큐열도를 따라 북상한 이동 패턴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위성추적 장비를 부착하지 못한 좌초 개체나 혼획된 개체만으로도 이동 이력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국내처럼 연구 대상 확보가 제한적인 환경에서는 해양보호생물의 이동 생태를 규명하고 보전 전략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연구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성과는 해양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Marine Environmental Research에 최근 게재됐으며, 향후 안정동위원소 분석과 미량원소 분석을 결합하면 고래와 상어 등 다양한 해양 대형생물의 이동 연구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원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바다거북을 직접 추적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좌초 개체만으로 이동 경로를 복원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라며 "앞으로 다양한 분석기법을 접목해 해양생물 보전과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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