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라스 아트’ 작품 첫 국내 개봉… 투박한 B급 영상미와 짧은 호흡 채워낼 스토리가 관건
게임 원작 공포영화는 더 이상 낯선 흐름이 아니다. ‘8번 출구’와 ‘백룸’이 반복되는 공간과 리미널 스페이스의 공포를 영화로 확장했다면, ‘야근 사건’은 유튜브 게임 실황 문화와 함께 성장한 칠라스 아트식 생활 공포가 극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야근 사건’ 스틸컷 ⓒ루믹스미디어
9일 국내 개봉하는 ‘야근 사건’은 일본 인디 공포게임 개발사 칠라스 아트의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심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주인공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최근 공포영화는 인디게임과 인터넷 괴담에서 새로운 소재를 찾고 있다. ‘8번 출구’는 반복되는 지하 통로 속 이상 현상을 찾아 탈출하는 동명의 인기 게임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30만 명을 넘겼고, 일본에서는 누적 관객 357만 명, 수입 50억 엔을 돌파하며 짧은 인디게임의 체험도 영화적 확장을 거치면 극장에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백룸’ 역시 같은 흐름 안에 있다. 2019년 인터넷 괴담에서 출발한 ‘백룸’은 노란 벽지와 형광등, 끝없이 이어지는 빈 방처럼 어딘가 익숙하지만 사람이 사라진 공간에서 오는 불안을 확산시켰다. 이후 ‘이스케이프 더 백룸’(Escape the Backrooms), ‘풀스’(Pools)처럼 리미널 스페이스를 활용한 공포게임들이 잇따라 등장했고, 유튜브 영상으로 인기를 얻은 케인 파슨스의 ‘백룸’ 시리즈가 실사화됐다.
여기서 ‘야근 사건’의 차별점은 공간보다 역할에 있다. 집, 학교, 병원, 편의점처럼 익숙한 공간이 공포로 바뀌는 영화는 이미 많았다. 칠라스 아트가 주목받은 이유는 그 공간을 게임 실황에 최적화된 체험형 공포로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칠라스 아트 게임의 플레이어는 편의점 직원, 카페 아르바이트생, 스트리머처럼 특정 역할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손님을 응대하고, 수상한 소품을 확인하고, 반복되는 동선을 따라가야 한다. 무서우니 도망치고 싶지만, 게임은 계속 과제를 준다. 공간 자체보다 벗어날 수 없는 역할이 공포를 만든다.
‘야근 사건’도 그렇다. 심야 편의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혼자 야근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 순간 전혀 다른 장소가 된다. 손님이 들어오면 응대해야 하고, 물건이 오면 확인해야 하며, 이상한 소리가 들려도 확인하러 가야 한다. 칠라스 아트 게임의 긴장감은 바로 이 제한된 동선에서 나온다.
‘야근 사건’ 스틸컷 ⓒ루믹스미디어
문제는 이 공포를 영화가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지다. 영화는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며 유발하는 불안을 카메라의 시선, 배우의 호흡, 사운드, 조명, 편집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원작의 투박함을 어떻게 실사로 옮길지도 관건이다. 고해상도 그래픽이나 정교한 캐릭터 모델링 대신 투박한 비주얼, 어색한 인물의 얼굴, 낡은 질감의 공간은 언뜻 보면 완성도가 낮아 보이지만 바로 그 어색함이 불쾌감을 만든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걸린 듯한 화면은 허술한데 무서운 칠라스 아트의 정체성이다.
이를 실사화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매끈하게 다듬으면 일반적인 저예산 공포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 반대로 게임의 어색함을 그대로 따라가면 실사에서는 우스꽝스럽게 보일 위험도 있다. 실사화의 성패는 원작의 B급 감성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불쾌한 질감을 영화적 분위기로 연출하는 데 달려 있다.
짧은 게임을 장편 영화로 늘리는 문제도 있다. 칠라스 아트 게임은 짧기 때문에 강하게 남는다. 불필요한 설명보다 상황에 빠르게 진입하고, 작은 단서를 쌓아 끝으로 몰아간다. 영화는 83분의 러닝타임을 채우기 위해 인물 서사와 사건을 확장해야 한다. 그러나 설명이 과해지면 원작의 불친절한 불안이 사라지고, 반대로 빈 공간만 늘어나면 긴장감이 떨어진다.
앞선 사례들을 보면 ‘8번 출구’는 원작에서 공포를 유발하는 여러 요소들을 그대로 나열하는 대신, 반복되는 지하 통로를 인물의 심리와 결합해 장편 영화의 구조를 만들었다. ‘백룸’은 리미널 스페이스 공포를 실종과 생존 서사로 확장했다. 두 작품이 짧고 단순한 원작의 감각을 인물 서사와 공간의 압박으로 확장했다면, ‘야근 사건’은 심야 편의점이라는 한정된 노동 공간과 주인공이 맡은 역할을 어떻게 장편의 긴장감으로 풀어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칠라스 아트의 공포는 거창하지 않다. 그래서 더 까다롭다. ‘야근 사건’이 원작의 투박함과 긴장감을 영화로 바꿔낼 수 있다면, 게임 원작 공포영화의 흐름 안에서도 분명한 차별점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