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락가락한 부천의 주말…그래도 BIFAN 관객은 극장으로 향했다 [D:현장]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7.05 21:17  수정 2026.07.05 21:17

AI·XR 확장에는 엇갈린 반응…상영관 안은 매진 행렬

30회를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올해의 슬로건으로 ‘새 시대, 새 피부’(New Era, New Skin)를 내세웠다. 가상현실(AI)과 확장현실(XR), 숏폼 등 새로운 영상 매체를 품으며 영화제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선언이다. 다만 주말 부천 일대에서 만난 영화제의 풍경은 복합적이었다. 야외 행사는 오락가락한 비에 다소 한산했지만, 상영관 안은 여전히 장르영화를 찾아온 관객들로 채워졌다.


부천시청 앞에 설치된 조형물.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소감을 적고 간 모습이다.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5일 오후 부천시청 일대는 흐리고 습한 날씨가 이어졌다.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했고, 시간이 갈수록 소낙비가 세게 쏟아지면서 야외에 머무는 관객은 많지 않았다. 부천시청 앞을 거닐던 방문객들은 우산을 들고 빠르게 이동하거나 시청 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씨에도 야외 행사는 이어졌다. 천막 아래에서는 밴드 루아멜의 공연이 진행됐고, 일부 시민들은 공연을 보거나 먹거리를 즐기며 주말 오후를 보냈다. 상생마켓과 푸드트럭에는 팝콘 등 영화제를 연상시키는 먹거리부터 마라꼬치처럼 최근 유행하는 메뉴까지 준비돼 있었다. 영화제를 보러 온 관객뿐 아니라 근처를 지나던 시민, 밴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까지 섞이며 부천 도심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만 날씨의 영향은 뚜렷했다. 주말임에도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야외 프로그램을 오래 즐기기보다 실내로 이동하는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영화제를 처음 찾은 관객이라면 야외 행사와 상영관을 오가며 축제를 체감하기 쉽지 않은 날씨였다.


부천시청 앞에서 진행된 밴드 루아멜의 공연.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부천을 찾았다는 정다현(23·경기 용인)씨는 “지난해에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이런 날씨에 온 건 저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상영작 ‘트로피’를 보기 위해 영화제를 찾았다. 정 씨는 “홈페이지 시놉시스를 보고 제일 흥미로워 보여 오게 됐다”며 “부산, 전주 영화제도 가봤지만 장르적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제라는 면에서는 BIFAN을 즐기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영화제가 AI를 주요 키워드로 내세운 점에 대해서는 다소 거리감을 보였다. 정 씨는 “AI가 주제라는 건 딱히 몰랐는데, 어쩐지 AI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가 많긴 했다”며 “흥미롭긴 했지만 몇몇 작품은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고 말했다.



부천시청 앞에 설치된 AI 체험이 가능한 포털. 큐알(QR) 코드를 찍으면 가상현실 속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AI와 XR, 숏폼 등 새로운 매체를 영화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시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상영작 ‘포르테’ 연출진과의 인연으로 영화제를 찾았다는 영화감독 이안은 “영화제에는 자주 오지만 이번에는 친구들의 연출작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AI에 이어 숏폼, XR 등을 시네마와 결합하는 시도 자체에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전쟁으로 치면 반대편 적 같은 느낌이다. 굉장히 안 좋게 생각한다”고 강한 견해를 밝혔다.


그럼에도 BIFAN의 장르적 정체성에는 의미를 뒀다. 그는 “프랑스에서 온 친구들도 있고 다양하게 온 느낌”이라며 “여러 영화제를 가봤을 때 분위기는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장르적인 느낌에서는 부천이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제에 관심을 가지고 부천을 찾은 관객들 사이에서는 AI 영화와 기술 확장에 흥미를 보이면서도, 영화 창작의 본질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감지됐다. 30회를 맞은 BIFAN이 AI와 XR, 숏폼을 새 주제로 내세운 만큼, 그 변화가 관객과 창작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앞으로도 중요한 과제로 보였다.



이날 대부분의 상영작이 매진됐다.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반면 극장 안의 분위기는 달랐다. 야외 행사가 날씨에 영향을 받은 것과 달리, 본격적인 상영이 진행되는 CGV소풍 일대에는 관객들이 몰렸다. 다수의 상영작이 매진됐고, 로비에는 프로그램북을 든 관객들이 다음 상영작을 확인하거나 지브이(GV, 관객과의 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일반 극장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밀도 있는 관객 풍경이었다.


BIFAN의 힘은 결국 상영관 안에서 재확인됐다. 비가 내리는 주말에도 장르영화를 보기 위해 관객들은 극장을 찾았고, 묵직한 메시지나 낯선 형식의 작품에도 반응했다. 거리의 축제 분위기는 날씨에 가려졌지만, 상영관 안에서는 여전히 영화제다운 열기가 이어졌다.


30살의 BIFAN은 새 피부를 입으려 하고 있다. 야외 축제는 날씨라는 변수 앞에서 다소 힘을 잃었지만, 상영관을 채운 관객들은 여전히 이 영화제가 왜 필요한지를 증명했다. 낯설고 기이한 영화, 극장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작품을 함께 보기 위해 모이는 자리. BIFAN의 새 시대 역시 그 관객들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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